-재정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거래왜곡, 과세형평성 저해" 개선 필요
"가격급등, 투기재연부동산 거품 우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과세 불평등을 해소하고 부동산 시장의 거래정상화 등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정책 목적과 달리 가격 급등 및 투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상정했으며, 21일과 22일 이틀에 걸쳐 열리는 조세소위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를 놓고 여야와 정부간의 의견 다툼이 벌어질 전망이다.
재정위 김광묵 전문위원은 21일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양도세 중과제도는 과세불평등을 초래하고, 부동산 시장의 기능을 저해해 개선이 필요하지만,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가격이 급등하고, 투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양비론을 펼쳤다.
이에 앞서 기획재정부는 비사업용토지 및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하고, 일반세율인 6%~35%로 부과(단,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은 배제)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 중과세 "다주택자가 고가1주택자보다 세금 더 내"= 재정위 김광묵 전문위원은 이날 검토보고서를 통해 양도세 중과제도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가치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주택 수에 따라 부과돼 과세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1주택자가 주택양도차익으로 9억원을 남길 때는 세금이 하나도 없지만, 3억원짜리 주택 3채를 보유한 3주택자가 주택을 팔 때는 45%의 높은 세율이 부과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두 사람 모두 9억원의 똑같은 자산가치를 갖고 있는데도, 세금이 다르게 부과된다는 얘기다.
또한 장기보유특별공제가 허용되지 않아 10년 전에 취득해 5000만원 양도차익을 얻은 사람과 3년 전에 취득해 5000만원 양도차익을 얻은 사람이 똑같은 세금을 내 물가상승분이 반영되지 않는 문제점도 발생한다는 것.
이와 함께 "양도세 중과제도는 '거래세 완화와 보유세 강화'라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중과세율을 통해 양도세를 투기억제 수단으로 이용, 이러한 정책기조와 다른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김 전문위원은 덧붙였다.
아울러 김 전문위원은 "부동산 가격은 세제 뿐 아니라, 금리 통화량 소득수준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고, 최근 수년간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기인하는 바가 적지 않다"며 "조세정책적 수단만으로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 "유동자금 부동산 시장으로 간다면? '투기재연' 우려"= 그러나 김 전문위원은 "비사업용 토지 및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가 일시에 폐지되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거나 투기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며 면밀한 검토를 촉구했다.
특히 이번 세계적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이 경기부양책으로 쏟아 붓고 있는 과잉 유동성이 경기회복과 함께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800조원이 넘는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이 고용창출과 투자로 이어지는 기업이나 주식시장으로 가지 않고,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경우 경제활성화라는 당초 정책의도와 다른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양도세 과세형평성을 위해 차제에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양도차익 계산방식, 중과제도 및 장기보유특별공제제도 등에 대한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개선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