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헌재소장, 초등학교서 헌법강연
"대통령 다음으로 높은 사람은 유엔사무총장 아녜요?"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이 `법의 날'을 이틀 앞둔 23일 헌법재판소 인근 교동초등학교를 찾아 5-6학년 어린이 40명을 대상으로 '법과 법치 그리고 민주주의'란 주제로 강연했다.
헌재소장이 초등학교를 방문해 강연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다.
이 소장은 칠판에 '법'과 '法'(법), '로'(law), '레흐트'(recht) 등 각국 언어로 법률을 뜻하는 단어를 적은 뒤 "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어린이들이 "법은 나라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약속", "국민의 권익을 인정하는 법률제도" 등으로 대답하자 이 소장은 "어떻게 그렇게 똑똑하냐? 퀴즈대회 나가면 우승할 아이들"이라며 감탄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초등학생 다운 기상천외한 질문과 답변도 잇따랐다.
이 소장이 형법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분 TV에서 수갑차고 가는 아저씨들 본 적 있죠?"라고 묻자 아이들은 일제히 "강호순이요 강호순"이라고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또 3권분립을 설명하면서 던진 "행정부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높은 분이 누구죠?"란 질문에는 "유엔사무총장이요", "국회의장하고 또 한 명인데 누군지 모르겠어요"란 답이 나왔다.
잠시 당황했던 이 소장은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닌데 국무총리란 분이 계시다"면서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이 소장은 강연 도중 "헌법재판소안에 들어와 본 어린이는 없는 모양인데 앞으로 지날 일이 있으면 소장 할아버지 방을 찾아와라. 직접 잘 안내해 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주의의 원칙과 사법제도가 초등학생들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개념인 탓인지 하품을 하거나 몰래 기지개를 켜는 모습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끝까지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강연에 이은 질의응답 시간 동안에는 이미 점심벨이 울렸는데도 끊임없는 질문이 쏟아졌다.
어린이들은 "죄를 지어 감옥에 가면 얼마나 징역을 사는지 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형사재판때 피고인도 말할 권리가 있어요?", "대법원 판결에도 불복하면 어떻게 돼요?" 등을 물었다.
또 "헌법재판소장은 뭐하는 사람이에요?", "법을 만드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려요?", "법을 보면 몇조, 몇조하는데 번호를 붙이는 기준이 뭐예요" 등 질문도 있었다.
이 소장은 "오랜만에 천진난만한 초등학교 학생들을 보니 내 마음도 순수해지는 것 같다"면서 "이번 강연이 어린이들이 법에 의한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