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장관, 노 전 대통령 위로 방문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로부터 서면질의서를 받는 등 소환 준비절차가 사실상 시작된 가운데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사저에는 '폭풍전야의 고요'가 감돌고 있다.
노 전 대통령측 김경수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심경은 전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잘 나타나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의 표정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해 사저 분위기가 상당히 가라앉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홈페이지인 '사람사는 세상'의 폐쇄를 선언한데 대해 "노 전 대통령이 관리자에게 폐쇄를 제안했지만 노 전 대통령 혼자서 폐쇄 여부를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며 "관리자가 회원들과 협의해 처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비서관은 "전날 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검찰로부터 서면질의서 원본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답변서를) 언제까지 제출한다고 정해진 것은 없으며 답변서가 작성되는 대로 검찰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비서관은 "문 전 실장이 (답변서 작성과 관련해) 협의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할 것"이라며 "답변서 제출 전에 사저를 다녀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10분께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찾아와 2시간 가량 머물다 돌아가 눈길을 끌었다.
감청색 계열의 양복을 입은 유 전 장관은 자신이 타고 온 검은색 승합차에서 내려 뒷짐을 진 채 무거운 표정으로 노 전 대통령 사저의 현관 계단을 올랐다.
유 전 장관은 사저를 나오면서 "대통령을 지낸 분에게 어려운 일이 벌어져 인간적인 위로가 필요한 것 같아 그냥 위로 드리고 사는 이야기 좀 하고 간다"고 말했으나 노 전 대통령의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다른 말씀은 드릴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경수 비서관은 "오늘 오후 대구에서 강의가 있는 유 전 장관이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 글을 보고 무작정 왔다고 한다"며 "노 전 대통령 내외와 오찬을 하면서 자신의 장관시절 이야기와 근황, 집필중인 책 등 편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날 봉하마을은 농번기를 맞아 오전 일찍부터 주민들이 트랙터 등 농기계를 동원해 논밭을 갈거나 마을 인근의 연밭에서 잡초를 제거하고 수생식물을 심는 등 분주한 농촌의 모습을 보여 노 전 대통령 사저와는 대조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