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조속한 시일 내에 답변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자 노 전 대통령 측은 소환일정을 확정하기 전에는 보낼 수 없다며 또 한차례 `기(氣) 싸움'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4일 "답변서를 빨리 제출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조사 일정을 까마득하게 하면 되겠느냐"며 조기 소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조사 일정을 확정하면 답변서는 차질이 없게끔 늦지 않게 보내겠다"며 "답변서는 이르면 오늘 중이라도 마무리할 수 있다. 일정이 막연한 상태에서 답변서부터 제출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압박을 가했다.
소환 날짜부터 확정하지 않으면 답변서를 보낼 수 없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조기 소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수사가 지연될수록 노 전 대통령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의혹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는 상태에서 수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리하게 전개되는 이번 싸움을 하루빨리 끝내고 싶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답변서를 내고도 한참 지나서야 소환 일정이 잡히면 자신의 `카드'만 노출될 뿐이란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검찰 안팎에서 5월이나 돼야 노 전 대통령 소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노 전 대통령 측이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입장에서도 4ㆍ29 재보선 이전 소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겉으로는 "소환 일정을 결정할 때 정치 일정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 소환조사가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검찰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 전 대통령 경호 문제나 조사 방법, 취재진과의 협조 문제 등 소환조사에 앞서 검찰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그럼에도 답변서 내용을 충분히 검토한 뒤에야 비로소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답변서를 제출받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주말에 답변서를 받으면 내용을 검토하는 데 하루 정도면 될 것"이라며 "소환 일정을 협의하고 통보하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5일까지 답변서가 도착하면 26일께 (노 전 대통령 측과) 협의하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환 일정을 놓고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두뇌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