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양도소득세 과세 규정상 폐가(廢家)의 경우 주택으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건축물관리대장과 등기부등본 등에 주택으로 되어 있다면 과세당국은 사람이 살기가 힘들어 보이는 주택이라도 일단 양도세 과세대상으로 분류합니다.
양도세는 실질 내용에 근거해 과세가 이뤄집니다. 따라서 해당 주택이 폐가상태로 사실상 주택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공부(건축물관리대장, 등기부등본)상 주택으로 되어 있을 경우, 해당 주택이 폐가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 받아야 하는 귀찮은 과정이 뒤따르기 때문이죠.
조세심판원 등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에 제기되는 과세불복의 대부분은 '과세대상'을 해석하는 납세자와 과세당국간 시각차에서 빚어지는 문제들입니다. 거액의 세금이 걸려 있다면 납세자도 과세당국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
국세청으로부터 8000만원이 넘는 세금을 두들겨 맞은 A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툼의 발단은 A씨의 소유였던 작은 집 한 채. 재미있는 사실은 A씨가 이 집을 과세대상에 포함되는 정상적인 주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세당국인 국세청은 오히려 이 집을 세금부과대상에서 제외되는 '폐가'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숨어 있기 때문일까요.
□ "이 집은 폐가…아니, 정상 주택입니다"= 납세자 A씨가 45년 동안 보유하고 있던 토지를 양도한 것은 지난 2007년 6월. 당시 이 토지에는 건물(주택)이 한 채 서 있었습니다. 물론 이 주택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A씨는 공인회계사의 도움을 받아 2007년 8월 양도세 예정신고를 하면서 해당 주택이 폐가에 해당된다며 폐가신청서를 제출, 토지분의 양도차익만을 산정해 8400여만원의 양도세를 납부했습니다.
그런데 1년여가 지난 2008년 9월 A씨는 돌연 "해당 주택은 폐가가 아닌 정상적인 주택이다"라고 주장하며 이미 납부한 양도세 전액을 환급해 달라는 내용의 경정청구를 국세청에 냈습니다.
A씨가 1년여만에 당초의 입장을 번복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쟁점이 된 주택 양도 당시(2007년 6월), A씨는 또 다른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1세대2주택자였던 것. 당시 2주택자에게는 양도세 중과제도(50%)가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A씨가 쟁점 주택을 폐가로 신청했던 이유는 2주택자들에게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법상, A씨가 2주택자에 해당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A씨가 가지고 있던 또 다른 아파트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양도세가 감면되고 주택수 판정시 주택수에 산입되지 않는 특례대상 주택이었기 때문입니다.
A씨는 물론, 그를 도와준 공인회계사도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것이죠.
결국 A씨는 "쟁점 주택(폐가) 양도는 나대지의 양도가 아닌 주택의 양도이며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적용대상이다. (본인이)세법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공인회계사의 잘못된 신고지도 및 대행으로 억울하게 세금을 납부했다"며 양도세 전액 환급을 구하는 불복청구를 제출했습니다.
A씨는 "쟁점 주택은 지붕, 벽, 기둥이 완전한 상태였고 주택 취득자가 수리를 한 뒤 입주해 거주하고 있다"며 "양도시점 이전까지 전기요금이 부과되는 등 주거가 가능한 주택임에도 과세관청이 폐가신청만을 근거로 폐가판정을 한 것도 잘못"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국세청은 "A씨가 지난 1998년 또 다른 아파트로 입주한 이후 쟁점 주택은 공가상태로 방치되어 있었고 폐가신청서에 첨부된 주민들의 자필확인서에는 주택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는 내용이 나타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국세청은 이어 "취득자에게 문의한 결과 천장, 외벽, 바닥 등의 기능상실로 건물전체를 재건축에 가까운 리모델링을 한 뒤 거주하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국세청 과세쟁점위원회의 판정으로 폐가로 결정됐기 때문에 과세처분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심판원, "폐가 맞다…과세처분 잘못 없다"= 심판원은 A씨의 불복청구에 대한 심리를 진행한 결과 쟁점 주택이 폐가이며 국세청의 과세처분에는 하등의 잘못이 없다는 요지의 심판결정(기각)을 내렸습니다.
심리가 한창 진행되던 당시, 조세심판관회의까지 직접 참석해 "세법도 몰랐고 대리인의 잘못된 지도로 세금을 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A씨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수 년 동안 공가상태로 방치되어 왔고 폐가신청서에 첨부된 인근주민들의 진술내용상 쟁점 주택은 폐가상태로 보인다"며 "취득자 계약당시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정도였다고 진술했으며 실제로 바닥을 모두 철거하고 난방공사를 새로 한 뒤 거주한 점 등도 쟁점 주택의 당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이어 "이 같은 정황을 모두 감안할 때 쟁점 주택의 양도일 현재(2007년 6월) 상황은 주택이었다기 보다는 폐가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국세청의 과세처분에는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