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 금리와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20%대 후반인 현금서비스 금리를 낮추기 위해 조만간 카드업계와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고, 카드 가맹점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가져올 현금서비스 금리와 가맹점 수수료 상한제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위 "현금서비스 금리 인하 여지 충분"
11일 금융위원회와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평균 금리는 26%에 달한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5개 전업카드사의 현금서비스 평균 금리는 25.41~27.71%이며 15개 카드겸영 은행은 24.26~29.55% 수준이다.
금융위는 최근 카드사의 연체율과 자금조달 비용 하락, 부수업무 확대 추진 등을 고려할 때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금리를 낮출 여력이 있다고 봤다.
2003년 말 28.3%에 달하던 전업 카드사의 연체율은 2005년 말 10.1%, 2007년 말 3.8%, 올해 6월 말에는 3.1%로 급락했다. 그만큼 연체로 인해 대손처리해야 하는 금액이 줄어든 것이다.
만기 3년짜리 카드채 발행금리는 5.73%로 현금서비스 평균 금리보다 20%포인트 이상 낮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체율과 조달금리가 낮아진 만큼 현금서비스 금리를 낮출 여력이 생겼지만, 카드사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자율적인 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카드사들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대형 가맹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중소 가맹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에 상한선을 두는 내용으로 제도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4월 이 같은 내용의 여전법 개정안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했고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삼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시행령이 정하는 비율을 초과할 수 없고 금융위는 상한선을 정하기 위해 민간전문가와 이해당사자 대표 등으로 구성되는 가맹점수수료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
금융위는 가맹점 수수료율 상한선을 2.5~2.9% 수준에서 검토하고 있고 연 매출액 1억 원 미만인 중소 가맹점에만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카드사들 "금리 낮추면 대출 줄어든다"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수익성이 악화돼 신용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고객의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신전문금융협회 측은 "현금서비스 금리를 낮추면 카드사들은 회원 신용도 심사를 더욱 강화하게 된다"며 "이에 따라 저신용자들이 현금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게 되고 이들은 금리가 높은 대부업체를 통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밝혔다.
S카드사의 고위 관계자도 "현금서비스 대출금리와 조달금리의 차이가 20%포인트라는 점을 인정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연체율(6% 수준)로 인한 대손처리, 판관비 등을 빼면 수익률은 3% 수준에 불과하다"며 "금리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는 저신용자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주로 신용도 7, 8등급인데 이들이 대부업체로 몰리도록 하는 것이 과연 서민 금융지원 대책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가맹점 수수료율에 상한선을 두는 것도 시장논리에 반하는 정책이라는 것이 카드업계의 일반적인 정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 상한제는 중소 상공인 지원이라는 명분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가고 있지만, 시장논리에는 어긋난다"며 "불가피하게 상한선을 두더라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하고 법에 상한선을 명시해 정책적 필요에 따라 쉽게 변경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