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인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간 미묘한 갈등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은 정 대표의 대표직 승계를 놓고 안 원내대표가 "대표직 승계체제가 오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잇따라 문제제기를 하면서 시작됐다.
안 원내대표는 지난 9일에 이어 12일에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 "대표직 승계가 오래가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면서 "당 대표 유고시 대표 승계보다는 원내대표가 대행하면서 전당대회를 열도록 당헌.당규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정 대표가 승계직 대표지만, 비교적 잘하고 있다. 당이 젊어지고 활기가 생기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본다"고 정 대표에 대한 직접 비판은 삼갔다.
안 원내대표측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원론적 입장을 얘기한 것"이라고 했지만, 사석에서는 대표직 승계제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 원내대표는 정 대표가 지난달 8일 대표로 취임한 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정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단일화에 합의한 사실을 거론하며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안팎에서는 안 원내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포석을 위해 정 대표를 견제하는 한편 조기 전당대회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계산된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정 대표측은 재보선을 코 앞에 두고 전열을 갖춰야 하는 시기에 `당 대표 흔들기' 발언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으나 안 원내대표의 발언이 개인 소신이 아닌 여권 내부에서 조율된 목소리가 아니냐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 대표의 한 측근은 "정 대표가 지난 한달간 발로 뛰는 리더십을 통해 당에 연착륙하고 재보선 승리를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데 느닷없이 뒤늦게 대표직 승계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게 당 단합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 대표도 안 원내대표의 발언을 보고 받고는 아무 말없이 그냥 웃어넘겼다고 대표실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 대표실에 걸어놓은 문구 중 `째째하게 살지 말자'는 글귀가 있다"면서 "정 대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 목소리가 있겠지만 대표로서 직분에 충실하며 앞만 보고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