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사무관 승진자 선발을 위해 올해부터 처음 도입한 '역량평가'가 지난 14일 마무리됐습니다. 역량평가는 기존의 심사제가 가지고 있는 한계(限界)를 보완, 인사의 공정성을 한 차원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고 합니다.
6급 이하 하위직 국세공무원들의 공통된 '희망사항'은 사무관 반열(5급)에 오르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수요에 비해 자리는 턱없이 적어 경쟁이 무척 치열합니다.
심사제를 통해 승진자를 가려내면서 조직이 노령화되고 젊고 능력 있는 직원들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으며 공정성 여부를 놓고도 항상 '뒷말'을 무성하게 양산하는 등 문제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같은 문제점 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각에서는 폐지된 '시험제 부활론'을 꺼내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상 시험제의 부활은 어려웠고 고심 끝에 국세청이 내놓은 대안이 바로 역량평가 제도였던 것입니다.
국세청은 이 제도가 올해 처음 도입됐다는 점, 준비기간이 짧았다는 점 등을 감안해 올해는 2박3일간 일정으로 역량평가를 실시했습니다.(내년부터는 2주 이상 역량평가를 거친 뒤 승진자를 가려내는 제도를 정례화 한다는 것이 국세청의 방침입니다).
올해 역량평가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천안상록리조트에서 실시됐습니다.
역량평가 참가인원은 총 189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17명은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관리자 역량 강화, 문제해결 능력, 국세행정변화방안 등과 관련한 교육을 13시간 동안 받은 뒤 지난 14일 국세행정 변화방안 및 청렴도 제고방안, 문제해결 능력, 세법 등에 대한 시험을 치렀다는 후문입니다.
특히 국세행정 변화방안과 청렴도 제고방안은 자신이 평소에 생각해 왔던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술하는 주관식 시험으로 치러졌고 문제해결 능력도 특정 주제를 주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리포트 형식으로 적어내는 시험이었다고 합니다.
세법 시험의 경우 국세기본법과 국세징수법을 공통 과목으로 법인세법, 소득세법, 부가가치세법 중 1분야를 선택해 치러졌으며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는 평가가 주류입니다.
국세청은 역량평가 대상 189명 중 역량평가 기준 미달자 및 문제직원(감찰담당관실 검증)을 걸러낸 뒤 이들의 근무평정과 역량평가 점수를 합쳐 최종 사무관 승진자들을 선발, 26일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육일정에 참가할 수 있도록 내주 말(22일∼23일 경) 승진자 명단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승진인원은 90명 안팎(일반승진)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국세청은 내달 특별승진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역량평가를 치른 뒤 15명 안팎의 특별승진자를 선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도합 100여명(일반+특별) 정도가 오랜 세월 동안 기다려온 '숙원'을 이뤄내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국세청이 도입한 새로운 인사시스템인 역량평가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심사제 방식의 문제 중 하나였던 '부적격자'를 가려낼 수 있고 특별승진과 관련한 '줄타기' 논란 등 불투명성을 어느 정도 걷어낼 수 있는 합리적 제도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앞으로 이 제도를 더욱 가다듬어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시스템으로 정착, 인사 때만 되면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국세청 내부의 반목을 해소하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