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노조 "원장 책임지고 외풍 막아내야"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직 사퇴와 관련, 관치금융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책임 소재를 놓고 금융당국이 내홍을 겪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모두 겉으론 "외압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 부처인 금융위는 민간 감독기구인 금감원의 어설픈 대처로 문제를 키웠다고 보는 반면 금감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감독기구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의심받고 있다며 수뇌부가 나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는 노조 소식지를 통해 "금감원이 관치의 굴레를 뒤집어쓰고 있고 심지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있다"며 "이를 모두 수용할 수 없지만 이미지 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직원들이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금감원의 생명인 중립성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데 대해 원장은 자유로울 수 없다"며 "관치금융의 배격은 국민의 숙원이자 금감원의 의무로, 원장이 솔선수범해 외풍을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는 강 행장의 사퇴 배경에 대해 그를 곱지 않게 보는 금융위의 시선이 자리 잡고 있고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강도 높은 사전검사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외이사제도 개편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서둘러 KB금융이 서둘러 회장을 선출하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면서도 "강 행장의 사퇴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오히려 금감원이 본검사도 아닌 사전검사에서 강 행장의 운전기사까지 조사한 것이 불필요한 논란이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사전검사를 했을 뿐 강 행장의 사퇴와는 무관하다"며 "KB금융 사태의 책임을 금감원에 돌리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지난 4일 해명자료를 내고 담당 임원이 사전검사 과정을 직접 설명까지 한 것은 "관치 비판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는 김종창 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부 시민단체가 금융당국의 `관치 부활'을 비판하며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낸 데 이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KB금융 사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음 달 정무위에서 금융위로부터 KB금융 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고 강 행장의 사퇴 과정을 따질 것"이라며 "다만, 일각에서 거론하는 국정조사 대상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최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강 행장의 사퇴와 관련, "금융기관 인사에 정부가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후진국형 관치경제"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