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근로자 "은행 채무로 통장에 돈 있어도 못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민들의 은행 대출채무와 관련 압류를 완화하는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윤 장관은 7일 새벽 성남인력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용이 낮은 일용직근로자들이 은행의 대출채무로 인한 압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검토해 완화할 길이 있는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저신용인 일용직 근로자가 은행 채무가 있는 경우 통장에 급여가 입금되더라도 은행에서 해당 금액을 입·출금할 수 없게 압류신청을 하기 때문에 통장 자체를 갖는 것이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성남 두리건설인력의 김두일 사장은 "회사차원에서 일용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통장 갖기 운동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은행이 신용문제가 있는 근로자들의 통장에 급여가 입금되면 곧바로 압류하고 있어 통장 갖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 민사집행법에는 채무자의 통장에 잔고가 120만원 이하라면 은행이 이를 압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금액이 급여성질이어야만 한다.
은행이 법원에 압류신청을 하면, 채무자는 해당 금액이 급여라는 것을 증명하는 내용을 첨부해 압류금지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일용직 근로자들의 경우 통장 잔고의 금액이 '급여성질'이라는 것을 증명할 길이 부족해 압류금지 신청은 일용직 근로자들에게는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통장 압류가 결정된 채무자들은 통장에 돈이 있어도 쓸 수가 없고, 아예 통장에 급여를 입금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재정부 관계자는 "일용직 근로자가 임금 여부를 증명하는 것도 문제지만, 특히 압류해지를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윤 장관이 현장방문 과정에서 완화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조만간 조치가 취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