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부인의 이득을 안원구의 이득으로 볼 수 있나"
세무조사 대상 기업체들에게 부인이 운영하는 화랑의 미술품을 강매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뇌물)로 지난해 12월 8일 구속 기소된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이 14일 본인에 대한 첫 번째 공판에서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부장판사 홍승면)에서 열린 안 전 국장에 대한 공판에서 안 국장은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안 국장은 다만 변호인을 통해 대구의 모 업체로부터 본인의 전세금 3억원을 대신 입금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3억원을 차용한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나머지 모든 공소사실은 부인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안 국장의 변호인단이 검찰의 공소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공소사실의 진위여부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변호인측은 "검찰이 제출한 녹취록은 녹취록 전체가 아니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며 "안 국장이 제출한 녹취록을 다시 제대로 만들어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측은 또 "국세청에서 내부 감찰을 하고 나서 검찰에 넘어 왔다. 국세청이 안 국장 뿐만 아니라 뇌물 공여자에 대한 조사를 다 한 것으로 안다. 국세청 감찰기록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국세청에 대한 사실조회가 필요하다"고 의혹을 제기, 재판부에 사실조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국세청 감찰에서 정식으로 조사를 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감찰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검찰조사와는 분명히 다를 수 있고, 검찰은 스스로 따로 조사한 것이지 국세청의 자료를 넘겨받아 조사한 게 아니다"고 잘랐다.
이에 재판장은 "다음 기일에 안원구 외에 국세청에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있는지 보고해 달라"고 검찰측에 요구했다.
안 국장의 뇌물 수수경위가 본인이 직접 수수한 것 보다는 부인인 홍혜경씨가 운영하는 갤러리를 통해 그림을 구매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여부도 논란이 됐다.
재판장은 "결혼 한 이후라고 하더라도 갤러리는 부인이 따로 운영하고 있고, (그림의) 판매대금은 갤러리에 귀속되는 것인데 부인이 이익을 얻었다고 해서 본인(안원구)이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장은 또 "검찰은 특가법 3조로 기소했는데, 특가법 3조에는 제3자를 통한 알선수재의 내용이 없다"며 명확한 기소사실을 제출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부인 홍혜경씨와 함께 안 국장의 지인 4∼5명도 참석해 재판을 지켜봤다.
안 국장은 지난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C건설 등 기업 수 곳의 세무조사에 대한 편의를 봐주고 그 대가로 부인 홍혜경씨가 운영하는 K갤러리를 통해 36억원 상당의 그림과 사진을 구매하거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14억6000여만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안 국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2월 4일에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