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안 국장 관련 국세청 징계기록 제출요구
세무조사 대상 기업에게 부인이 운영하는 화랑의 미술품을 강매하는 등의 뇌물혐의로 구속기소된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 사건의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안 국장 사건과 관련된 기업을 세무조사 했던 당시 국세청 직원들이 법정 증인으로 서거나 새로운 먹이사슬에 엮여 제2, 제3의 기소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안 국장 스스로 14일 열린 첫 번째 공판에서 "직위해제만 됐을 뿐 나는 아직 국세청 국장"이라고 밝힐 정도로 국세청에 대한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안 국장 파문으로 이미 여러 차례 정치적 파장을 겪은 국세청에 또 다른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공판에서 안 국장의 변호인은 "국세청에서 내부 감찰을 하고 나서 검찰에 넘어 왔다. 국세청이 안 국장뿐만 아니라 다른 뇌물 공여자에 대한 조사를 다 한 것으로 안다. 국세청 감찰기록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방어권 확보차원에서 국세청에 대한 사실조회가 필요하다"며 내부 감찰기록을 수면위로 끌어 올렸다.
변호인은 특히 "감찰조사가 있었지만 안 국장 외에 다른 국세청 직원은 징계가 없었다. 다른 관계자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고 안 국장에 대한 차별적 처분이 있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도 검찰에 "다음 기일에 안 국장 외에 국세청에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있는지 알아보고 답변을 해달라"는 요청을 한 상태여서 향후 어떤 식으로든 국세청으로 불똥이 튀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 공소사실의 진위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된 것도 국세청의 입장에서 난처해질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공소장에 따른 안 국장의 뇌물수수 경위가 대부분 직접 수수한 것이 아닌 부인 홍혜경씨가 운영하는 갤러리를 통해 구매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결혼을 한 이후라고 하더라도 갤러리는 부인이 따로 운영하고 있고, (그림의) 판매대금은 갤러리에 귀속되는 것인데 부인이 이익을 얻었다고 해서 본인(안원구)이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법리를 다시 검토하라"고 밝혔다.
검찰은 안 국장을 특가법 3조로 기소했는데, 특가법 3조에는 제3자를 통한 알선수재의 구성요건이 없다는 것.
첫 재판직 후 현장에서 재판을 지켜봤던 부인 홍혜경씨와 지인들이 "재판이 잘 될 것 같다"며 입가에 미소를 숨기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직 재판의 진행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첫 재판에서 검찰이 다소 수세에 몰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안 국장의 뇌물혐의에 대해 자체 감찰조사까지 했던 국세청의 입장도 초조해 질 수밖에 없다.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한 안 국장과 수세에 몰린 검찰간의 다툼이 어떻게 전개될지 더욱 주목되는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