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시에 기존 사업장 이전은 법인세 등 감면대상 제외
기업도시의 세제지원혜택이 세종시 수정안 발표 직전에 줄어들어 주목받고 있다.
당초 기업도시 '입주기업'에 대해 법인세 등의 감면혜택을 주도록 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이 지난 1월 1일자로 '창업이나 사업장을 신설하는 기업'에 대해서만 법인세 등을 감면해주도록 개정된 것.
당장 기업유치에 한창인 기업도시 관계자들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미 2005년부터 기업도시 건설과 입주기업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5년이나 지난 지금에서 갑자기 조세특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도시측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세종시에 기업도시와 동일한 세제혜택을 주기로 방향은 잡았지만, 토지비용이나 다른 입지여건 등이 세종시가 월등히 유리한 상황이어서 세제혜택의 축소는 추후 기업유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 입주기업 혜택→창업·신규사업에만 적용
기업도시의 세제지원 방안을 담은 조특법은 지난 1월 1일자로 개정됐다.
기업도시에서 불만을 표출하는 문제의 조항은 조특법 제121조 17의 1항 1호이다. '기업도시개발구역에 입주하는 기업이 당해 구역안의 사업장에서 영위하는 사업'에 세제혜택을 주도록 했던 이 조항은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이 만들어진 2004년 12월말 생겨났고, 2006년에는 '2009년 12월 31일까지 입주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도록 일몰규정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8월 이 특례조항의 일몰을 3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정부입법으로 발의했으나 지난 연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 일몰을 3년 연장하되, 창업이나 신설사업장에만 혜택을 주는 것('기존 사업장을 이전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문구 추가)으로 수정된 후 의결됐다.
기획재정위원회의의 소위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이는 이 법안의 처리 과정에서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현재 국회 속기록상에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제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며 "기업을 유치하도록 해서 지역경제에 플러스효과를 내도록 하기 위해 조세지원을 하는 것인데, 수도권이 아닌 같은 지방의 것을 가져오는 것은 플러스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정상화 한 것"이라고 개정이 타당성을 강조했다.
□ "아직 입주기업 한 곳도 없는데"
개정안의 입법과정에 참여한 정부가 당연한 개정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도시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충주시 기업도시 담당자는 "기업도시의 추진상황이 가장 빠른 충주시에서도 아직 입주기업이 한 곳도 없는 상황"이라며 "입주도 되기 전에 세제혜택이 바뀌면서 사실상 신설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의 입주기업 유치는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원주시 기업도시 담당자도 "지금까지 추진해 오던 기업유치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으며, 태안군의 기업도시 담당자는 "현재 전국 기업도시 관계자들이 의견을 모아 이번 개정안에 대한 수정 건의를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태안군의 경우 당장 1차 사업에서는 현대건설의 유치가 끝났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앞으로 추진될 2차 사업에서는 이미 체결된 일부 기업들과의 MOU(양해각서)가 무의미하게 돼 법개정에 대한 불만이 크다.
무엇보다 가장 큰 불만은 법개정 과정에 기업도시의 입장은 완전히 배제됐다는 점이다.
5년간 한결 같던 세제혜택이 한 번에 바뀌는 과정에서 입법예고나 설명 등은 전혀 없었으며 기업도시 관계자들조차 정부가 공고하는 법 개정안을 보고서야 개정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 정도로 교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기업도시 관계자는 "세종시가 기업도시와 같은 조건으로 세제혜택을 주기로 한 것을 보면, 조특법을 개정한 것이 세종시와 무관하다고만 할 수는 없어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장 충주, 원주, 무안, 무주, 태안, 해남·영암 등 전국의 기업도시 관계자들이 뜻을 모아 건의할 조특법 개정안에 대한 불만이 어떤 결과를 끌어낼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