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등 “국내기업 불러들여 일자리창출” 주장
전문가들 “국내복귀 메리트 있나” 의문제기
과거 해외로 진출했던 우리 기업들을 다시 국내에 유치하려는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국가고용전략회의 뒤 가진 브리핑에서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되돌아올 경우 국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외국인투자기업에 준하는 세제지원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은 해외에서 국내 수도권 외 지역으로 유턴하는 우리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도록 하겠다며 조세특례제한법 등의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당정이 다른 나라로 간 국내기업을 다시 불러들이는 건 일자리 때문이다.
정부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고용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전체 실업자 수는 89만명. 전년에 비해 12만명 정도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들을 더할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는 사실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당국이 밝힌 공식 실업자 수와 구직단념자 등 사실상의 실업자를 모두 합치면 400만명에 이를 거라고 추산한다. 가히 고용대란이라고 할 만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정은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해외진출 국내기업의 유치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중소기업연구원에 의뢰해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김성조 의원은 이를 토대로 해당 법률안 마련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껏 당정이 행한 일련의 작업은 정책이나 법률안 등의 결과물로 나오고 있다. 물론 정부는 아직 해외에 있는 우리기업을 불러올 인센티브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업 등에선 세제혜택과 보조금 제공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한다.
소득세나 법인세 감면 그리고 국내 이전을 위한 부동산 취․등록세 면제를 주요 내용으로 한 김 의원의 법률안을 보건대 이런 관측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그 효과다.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은 지난해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력 활용과 공장입지, 기업 경영 전반의 제도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현재 외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기업들의 U턴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건 정부의 입장에선 솔깃할 수밖에 없다. 각종 지원과 규제개혁만 잘 이뤄진다면 국외로 떠난 기업들도 속속 돌아오고, 이들 업체로 인해 부족했던 일자리도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이 나온 까닭이다.
허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외국에서 국내로 다시 들어오려고 할 경우 해당업체는 사업을 영위했던 국가에서 받은 혜택을 다 토해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 것 같은가”라고 반문했다.
역시 이름을 공개하는 걸 꺼린 한 경제단체 임원은 “관련 연구를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면서도 “국내기업의 유턴을 위해 당국이 지원을 할 경우 국가간의 통상마찰이 생길 수 있다. 기대처럼 일이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밖으로 나간 기업들은 애초 해외시장 개척과 싼 노동력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며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이런 측면에서 얻을 게 전혀 없기에 정부나 일부 정치권의 기대가 충족되긴 더더욱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인해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유턴을 일자리 창출의 주요 방안으로 너무 강조하진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 지원책 마련 자체를 막을 필요는 없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만큼 국민들을 현혹시켜선 안 된다는 논리다.
전인우 중소기업연구원 기조실장은 “해외에 있는 기업들, 그것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을 불러들일 수 없다면 그냥 놔두는 게 낫다”며 “일자리는 다른 곳에서 만드는 것이 더 합리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