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창립 제48주년 기념행사를 가진 한국세무사회는 이 날 자축행사를 겸해 '윤리실천 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결의대회의 요지는 단순합니다. 세무사들 스스로가 나서 세무사 윤리를 지켜나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세무사 업계는 경쟁의 심화로 인한 명의대여 행위, 탈세상담 등 비리행위가 공공연하게 벌어져 왔습니다. 특히 공평과세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일해야 할 세무사들이 납세자들의 '탈세도우미'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세무사 업계는 이런 비리행위의 존재를 만천하에 드러내기를 꺼려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업계의 '치부'를 드러내는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날 결의대회에 앞서 조용근 세무사회장이 창립기념일 기념사를 통해 세무비리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뿌리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은 주목해야 할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조 회장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세무사가 되기 위해서는 각종 비리행위를 척결하기 위해 제 살을 깎는 아픔을 견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친분과 인연으로 인해 제보를 회피하는, 비뚤어진 '동업자 정신(?)'도 버려야 함을 강하게 주문했습니다.
세무사회가 척결을 다짐하고 나선 세무비리는 ▲명의대여 행위 ▲탈세상담 행위 ▲금품수수 및 중개.횡령 ▲부실 세무조정계산서 작성행위 ▲회원간 단합저해행위 등 5가지입니다.
명의대여 행위야 세무사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이고 '내부의 문제'이지만 탈세상담 행위, 금품수수 및 중개.횡령, 부실 세무조정계산서 작성행위 등은 사회적 물의 또는 국고 침탈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행위들이 세무사 업계의 일각에 존재하고 있음을 공식 인정하고, 척결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세무사들이 살 길을 찾아가겠다고 선포한 것은 무수한 '외풍'에 의한 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는 세무사 업계 입장에서 볼 때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됩니다.
세무사회는 단순히 결의대회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적인 행동도 본격 착수할 예정입니다. 오는 3월 비리조사 대상자를 선정하고 4월 중 대상자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와 징계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입니다.
이 과정에서 본회와 지방세무사회, 지역세무사회간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회원들의 광범위한 제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창구도 설치한다는 계획입니다.
다소 늦은 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이라도 세무사회가 내부의 치부에 대한 '양심고백'과 함께 이를 뜯어고치기 위해 제 살을 깎는 고통까지 감내하겠다고 공언을 한 부분은 긍정적 평가를 받을만한 부분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의지의 피력보다는 의지의 실천입니다. 앞으로 세무사회가 음지에 존재하는 비리의 부스러기들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발본색원, 깨끗한 세무대리 시장 조성을 이뤄낼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