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정총리 기자간담회 "영구미제 될까 걱정"

정운찬 국무총리는 11일 "세종시 수정안이 영구 미제로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4월 세종시 수정안 국회 통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 총리는 "발전안이 원안에 비해 국가 미래 측면이나 충청권 발전에 훨씬 나은 대안이라는 것을 정치권에도 꾸준히 알려나가겠다"며 "지금부터라도 야당 의원들의 이해와 협조를 얻으면 수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다음은 정 총리와의 일문일답이다.
 

□ 모두 발언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이 진정한 소통을 이루기 위한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어제까지 있었던 5일 동안의 국회 질의 답변과정에서 이런 생각 더욱 확실히 하게 됐다.

국회 일정이 국정 전반을 파악하는 기회가 되고 많은 조언을 들으면서 의원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면접을 보는 수험생 같은 느낌도 들었다.

국회의원 여러분들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 정치문화, 토론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바탕위에서 실질적 대화, 합리적 토론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선진화를 앞당기는 길이다.

우리가 온통 국내 문제에 빠져 있는 지금도 세계 질서는 급속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국제 사회에 경제 권력이 이동하고 있으며 유럽에서 보듯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진도 있다. 세계적 초일류 기업도 조금만 방심하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하고 있다.

우리끼리 안방에서 싸우고 있을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나마 우리가 글로벌 위기를 잘 대처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외환 보유액과 원자력 발전량 6위, 올림픽 7위, 수출 9위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높은 산은 정상에 가까울수록 위태롭다. 아직도 우리의 법질서 준수지수는 세계 27위이고, 국가청렴도는 세계 40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시급한 국가적 과제이다.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더 투명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화합과 상생의 시대를 열고 진정한 선진 일류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

세종시 발전방안을 마련한지 꼭 한 달이 됐다. 제가 세종시를 국가 백년대계라고 누차 강조하는 이유도 21세기 지식기반 사업의 핵심인 교육과 과학 기술을 통해 대한민국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가는 낙오할 수밖에 없다. 관이 가면 민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는 구시대 발상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대정부 질의를 하면서 입법부와 행정부는 한 곳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대부분 국무위원들이 한 주일을 연일 국회에서 보냈다. 아직도 세종시를 정치적인 눈으로 보는 측면이 많다.

지역과 지역의 대립구도로 몰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세종시가 담고 있는 내용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미래 전략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저출산 대책, 교육개혁, 사회 통합 등 모두가 우리 미래, 후손의 장래와 직결돼 있다. 깊은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

□ 질의 응답

지난주만 해도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고 오늘은 일부 언론에서 4월 통과를 전제로 용퇴를 할 것이라는 내용이 보도됐다. 어떤 입장인가?

-여러분도 잘 아실 것이다. 저는 어떤 자리를 추구해온 일도 없고 어떤 자리에 연연하지도 않는 사람이다. 오늘 신문을 보니 언론의 힘이 참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각오로 일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 안되면 어떻게 되냐 통과되면 어떻게 되냐는 조건 속에서 저의 앞날이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 신문에서 통과 조건부 사퇴 보도가 있었지만 제가 그 지역에 가서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세종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느냐 하면, 나중에 세종시의 실질적인 의미에서 건설본부장이라도 하겠다고 하지 않았냐. 통과되면 용퇴하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수정안의 처리시기를 갖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 언제까지 통과돼야 의미가 있고, 정부측에서는 언제까지는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지, 또 안되면 원안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그 시기는?

-원안으로 갈 수도 있다고 한 것은 강운태 의원님의 질문과정에서 수정안이 통과 안되면 어떻게 될 것이냐고 여러 번 질문하시기에 원론적으로 말씀드린 것이다. 세종시 안은 될 수 있으면 빨리 통과돼야 한다.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예정기업이나 대학이 투자를 철회할 수도 있고 사업장기표류로 인한 매월 경제적 손실이 우려된다. 지난 7년 간 사업이 지지부진해서 경제적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큰 원주민에게 또 다른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국회 및 정치권과 긴밀히 소통해서 4월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4월 국회 처리에 대한 여권내의 논의는 얼마나 진행된 것인가? 개인적인 생각인가?

-저는 오래 전부터 빨리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다. 사실은 2월에라도 좀 처리해 줬으면 했는데 모든 일은 다 절차가 있지 않는가. 2월은 힘들 것 같다. 3월은 국회가 안 열리고, 6월은 선거가 있다. 이래저래 따져서 4월에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번 상반기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잘못하다가는... 적당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종시 문제가) 영구미제로 될까봐 걱정이다. 4월 통과처리는 저의 바램이다.

앞으로 충청권 방문계획은?

-저와 같이 일하는 실무자들과 의논중이다. 가는 게 바람직한지 아닌 지 간다면 몇 번 더 가는 게 바람직한지 의논중이다.

4월에 통과 안되면 수정안이 힘들다고 보고 있는데 통과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있나?

-세상에 특단의 대책이 뭐 있겠나. 그러나 저는 세종시 발전안이 원안에 비해 국가미래나 충청권 발전에 훨씬 더 나은 대안이라는 것을 꾸준히 알려나가겠다. 앞으로도 여당의원은 물론 야당의원들과도 허심탄회하게 만나서 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훨씬 더 좋은 안이라는 것을 알려나가고 법률안 제출시점에서는 의장과 여야정당대표도 만나서 논쟁이 안니 논의의 시간도 갖겠다. 더 이상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

야권에서 다음주 쯤에 총리해임건의안을 낸다고 하고 있고, 해임건의안 이유도 자질론을 근거로 들고 있다. 야권과 친박 일부에서 제기하는 자질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저 개인에 대한 건의 사안은 당사자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질과 관련해서는 여러분이 서울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서울대 총장씩이나 한 사람이 대한민국 총리에 부족하다는 것은 국민들이 판단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정치적인 이해관계나 비판적인 말씀에 대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가?

-국회에서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표현 중에 거친 부분이 있다면 고려해주시기 바라지만, 그 내용은 철회할 생각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강도론'에 대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계속 각을 세우고 있다. 어떻게 조정하거나 이해를 구할 생각은 없는가?

-저는 대통령께서 충북에 가서 하신 말씀이 무엇이었는지 풀 택스트는 모르지만 두 가지가 보도된 것으로 안다. 하나는 일 잘하는 사람 밀고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일 잘하는 사람 격려하고 지원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충북에 가서 도정에 전념하는 사람에게 격려하는 말씀으로 생각한다.

또 하나는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고 했는데 이것은 대내외 상황에서 국력의 결집과 화합을 강조한 것으로 생각된다. 박 전 대표님의 반문도 박 대표님의 진의는 잘 모르겠으나 집안 사람이 강도로 돌변한다는 것은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가정이다.

총리께서 직접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거나 설득할 계획은 없나?

-와서 보니까 총리라는 자리가 정치적 지도자를 만나서 이런저런 건의 드리고 지도자들끼리의 대화를 주선하고 하는 자리는 아닌 것 같다. 그게 지금까지 수개월 총리직을 수행한 시점에서 저의 인식이다.

2주 전까지 박 전 대표를 만나고 싶다는 말씀을 하지 않았나?

-두 분 간의 대화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의 의미를 (박 전 대표에게) 전달해드려야 하지 않겠냐는 의미에서 드린 말이다.

총리직 수행기간 동안 알게 된 것은 적어도 현 상황에서는 총리가 정치지도자간 대화를 주선할 수 있는 상황이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총리로 임명받은 이후에 야당지도자들을 만나려고 노력했지만 그쪽에서 거부해서 민주당대표나 자유선진당 대표도 만나지 못했다.

현재 정치상황은 대화가 참 아쉬운 상황이고, 다시 말해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고 따라서 현재로서는 (나에게) 대화를 주선할 수 있는 힘은 없어 보인다. 그런 의미다.

총리직 수행 전에 생각했던 역할보다 지금 수행하면서 총리 역할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말인가?

-그것보다는 현 정치상황이 더 유연하게 해야 한다. 더 대화해야 한다는 그런 의미다. 덜 경직됐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첫 대정부 질문과 두 번째 대정부 질문과의 차이는 어땠나? 대정부 질문에 대한 소감은?

-대정부 질문 때도 물 마시는 정 총리라고 (사진기사가) 나오던데 물 마셔야겠다. (사진기자들 셔터) 전보다 강경하더라. 소신 있게 하더라는 말씀을 들었다.

첫째나 둘째나 소신 있게 말했고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만 사실과 다른 주장이나 오해가 있었다면 바로잡으려고 했던 것이 첫 번째와 이번이 달랐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건설적인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하겠지만, 사실과 다른 주장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알린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입장을 유지해 나갈 생각이다.

국회에서는 답변기회를 잘 안 줘서 답을 못했지만 국회법에 의하면 국회의원들이 질문할 때 대답할 사람에게 48시간 전에 질문요지를 줘야 한다. (그런데) 바로 전까지 질문을 안주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참으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정부 질의가 무엇인가. 제가 이해하는 대정부 질의는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알고싶어하는 것에 대해 국민을 대신해서 국회의원이 정부에 질문하고, 국무위원들은 정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려주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대정부 질의가 마치 퀴즈게임처럼 되고, 어떤 때는 국무위원들이 이런 저런 실수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질문이 많다. 미리 질문요지를 주지 않는 질문은 앞으로 없었으면 좋겠다.

풀로 15분간 질문하는데 (질문요지로) 그저 세 문장 네 문장 주는 분들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그 세 문장 네 문장 중에 들어있지 않은 내용의 질문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 이것은 국회에서 말할 것을 여기서 하는 것 같아서 적절치 않은지 모르겠지만, 거기서 말할 기회가 없어서 말씀드린다.

세종시 안이 상반기 중 처리가 안되면 영구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7년간 지지부진해서 그러지 않아도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많이 겪은 원주민들에게 맘이 아파서 드리는 말씀이다. 빨리 해야 하는데 여름에는 쉬고, 9월에 가면 정기국회인데 다른 문제 때문에 세종시 문제는 다룰 시간이 없을 것이고 결국 지지부진하게 될까봐 걱정돼서 드리는 말씀이다.

세종시 문제는 소명의식을 갖고 다루고 있다. 본래의 목적은 정치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포장은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을 위해 건설하려고 했던 것 아니겠나. 이 나라의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은 정말 중요한 이슈이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원안보다 수정안이 훨씬 낫다. 전국적으론 10배, 충청으로는 3배 정도 낫다고 KDI나 국토연구원에서도 발표하지 않았나.

원안이라고 하는 것은 그림만 그렸지 속내용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균형발전을 위해 아무런 도움도 안되고, 과학비즈니스벨트가 들어가고, 일류기업과 일류 대학이 들어와서 세종시를 우선 잘 만들어 놓으면 파급효과가 오송, 오창, 대덕으로 1차로 가고 2차로는 영남, 호남까지 갈 것으로 본다. 과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것이 대한민국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가경쟁력도 마찬가지다. 영국과 미국이 제조업이 신통치 않다고 하면서도 잘 먹고 사는 것은 원천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 십년, 그 이상 동안에 과학기술 발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선배들, 조상들이 이뤄 놓은 것을 후배들이 향유하는 것 아니겠나.

우리가 잘 해 놓으면, 여기서 과학기술과 원천기술도 만들어 낼 수 있고, 후세에 영향을 미쳐 국가경제에 커다란 플러스가 될 것으로 본다.

이것을 대통령과 총리가 정치적 목적이 있어서 시행한다고 하는데, 대통령 입장에서 얻을게 뭐가 있겠나 그냥 놔두는 게 낫지 않겠나. 저도 아무런 득이 없다.

그러나 이 나라의 역사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개인적 비용을 감수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이것을 국민들이, 언론들이 이해해 주시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국회의원들이 세종시 발전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빠른 처리를 강조했는데, 4월에 통과되든 안되든 정부는 되면 되는 데로 처리하겠지만, 통과되지 않은 경우에는 원안에 따라 바로 실행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국민투표 등의 방법으로라도 어쨌든 수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인가?

-강운태 의원의 질문에 원론적으로 답변했지만, 이 수정안이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없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여당은 물론 야당의원들에게 이해를 얻고, 협조를 구하면 수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확신한다.

수정안이 통과하지 않는 것은 상상하지 않았다. 국민투표는 정부에서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

이번에 국회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세종시가 정책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국가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언론인 여러분이 세종시 뿐만 아니라 다른 과제들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

설 명절은 우리 모두가 한 마음으로 되는 날이다. 어려운 이웃에게도 따듯한 마음을 나누게 된다. 설이 국가적으로도 화합과 상생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