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법률주의와 충돌, 실질과세 원칙과 중복
납세가 불가능한 법인을 대신해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개인 및 법인에 대해 납세의무를 부과하는 '법인격 부인' 법리의 세법적용과 관련,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박훈 교수와 이상신 교수는 20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세법학회 제100차 정기학술회의'에서 '세법상 법인격 부인의 법리와 실질과세의 원칙관계'라는 제하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법인격 부인' 법리란 회사의 채무에 대해 주주나 그 배후의 개인 및 법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이론으로, 법에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민·상법 판례를 통해 인용되고 있어 이를 세법에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 교수는 "사법분야의 법인격 부인은 채무상환 능력이 없는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대상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것이냐가 중심"이라며 "그러나 세법에서는 이들 모두에 대한 과세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민·상법 과 관점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뒤에 숨어 있는 주체에 대한 책임 뿐 아니라 각각의 주체에 대해 과세를 어떻게 할것이냐의 문제인 세법상 법인격 부인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없는 점도 세법에 적용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것을 뒷받침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교수는 "조세법상에서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른 조세회피행위에 대한 규제가 가능하고 법인격 부인 법리가 실질과세의 원칙보다 우월하다고 보기 어려워 세법에 법인격 부인을 적용하는 것이 꼭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공동 발제자인 이상신 교수도 "법인격 부인이 법에 규정된 것이 아니고 판례에서 인정되고 있어서 세법의 조세법률주의와 충돌하고 실질과세 원칙과 중복될 수 있다"며 "법리 요건을 100% 충족하는 것이 아니기에 현재 단계에서는 세법에서 법인격 부인을 인정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법무법인화우의 전오영 변호사는 "조세 공평부담이라는 측면에서 세법에도 법인격 부인을 적용할 필요성은 있다"며 "예상되는 사례를 유형화해 제한적으로 입법화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