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원장 2년만에 통합원칙 깨졌나
감독-검사 분리 VS 미세조정
금융감독원이 은행 검사업무를 강화하고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위해 사실상 은행 감독업무와 검사업무를 분리한다.
조직개편을 통해 겉으론 ` 감독-검사업무 통합원칙`을 유지하면서 미세조정을 통해 실제론 일부 권역의 감독-검사 분리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권역 3개 국의 업무 분장을 일부 조정해, 은행서비스총괄국은 은행 전반에 대한 감독업무를 중심으로, 일반은행서비스국은 시중은행에 대한 검사, 특수은행서비스국의 경우 특수은행 및 지방은행에 대한 검사를 맡도록 했다. 이날로 예정된 팀장급 인사 등 후속인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이러한 업무 분장이 적용될 예정이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08년 3월 부임하면서 분리돼 있던 감독-검사 업무를 통합, 은행권역의 경우 은행서비스총괄국에서 감독과 검사업무를 함께 맡아왔다.
은행에 대한 인·허가를 비롯해 건전성감독 등을 총괄하면서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3곳에 대한 검사업무를 함께 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은행서비스총괄국에선 감독업무만을 하고, 이들 은행 3곳에 대한 검사를 일반은행서비스국으로 넘기게 된다. 또 은행의 불완전판매 등 불건전영업행위에 대한 감독과 금융거래 약관심사업무 등을 맡게 될 `은행영업감독팀`을 총괄국에 신설한다.
일반은행서비스국은 기존에 우리, 외환, 한국씨티, SC제일은행과 대구, 부산은행 등 5개 지방은행 및 신용정보회사에 대한 검사를 해왔으나 앞으로는 시중은행에 대한 검사만을 전담한다. 그동안 잡음이 많았던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마무리 작업도 맡게 됐다.
기존에 산업은행, 기업은행, 농·수협 등과 외은지점 검사를 맡았던 특수은행서비스국은 일반은행서비스국에서 넘어온 지방은행과 신용정보회사를 추가로 맡는다.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에 대한 검사업무에 일관성을 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그동안 특수은행서비스국에서 했던 외은지점에 대한 검사는 총괄국에서 담당한다. 외은지점의 경우 인허가 업무 비중이 크기 때문에 시너지 등을 고려해 총괄국에서 맡기로 한 것이다. 외은지점에 대한 검사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에 비춰 사실상 김 원장 부임 전 감독-검사 분리 체제인 `은행감독국-은행검사 1, 2국`의 형태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그러나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은행서비스총괄국에서도 외은지점에 대한 검사를 하질 않느냐"며 "감독-검사의 분리가 아니고 다만 총괄국에 현안이 많고 업무부담이 커 이를 줄여주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금감원 조직개편 논의과정에선 감독 및 검사업무를 다시 분리하는 등 전반적으로 검사를 강화하는 조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같은 논리는 지난 2008년초 금융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금융위가 금융정책 및 감독 기능을 함께 수행키로 함에 따라 금감원내 금융감독 기능이 금융위와 충돌하거나 단순업무로 전락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바탕이 됐다.
하지만 김 원장은 감독과 검사업무의 일원화를 통해 일관된 목소리를 내도록 하기 위한 감독-검사 통합 대원칙을 다시 되돌려야 하는 부담 또한 만만치 않았다. 따라서 이번 업무 분장 조정은 감독-검사 업무의 통합원칙을 유지하되 미세조정으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KB금융 회장 선출 및 사퇴 등 인사 및 종합검사 과정에서의 크고 작은 잡음이 있었던 것도 이번 업무분장의 정치적 배경으로 거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