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보호위원회 승인 없이 세무조사 기간 연장
금융정보조회권도 남용… 감사원, 국세청에 시정통보
국세청의 세무조사권 남용으로 납세자 권익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왔다.
납세자보호위원회의 승인도 받지 않고 세무조사 기간을 연장하는가 하면, 기간 연장 사실을 숨기고 조사종결 보고서에는 기재도 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22일 감사원이 발표한 국세청, 기획재정부, 조세심판원 등 3개기관에 대한 '세정신뢰도 개선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서울·중부·대구지방국세청 등 3개 지방국세청에서는 지난 2007년 이후 2년간 세무조사에서 1547개 업체에 대해 조사기간을 연장하면서 72%인 1134개 업체에 대해서는 납세자보호위원회 등의 승인 없이 기간을 연장했다.
국세청 조사사무처리규정 및 납세자보호사무처리규정 등에 따르면 조사공무원은 조사대상 확대, 과세기간 연장시 납세자보호위원회와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 또는 조사과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조사공무원이 임의로 기간을 연장해 조사한 것.
또한 납세자의 금융거래정보 조회권도 무차별적으로 남용됐다.
세무조사 대상에 대한 금융거래 조사나 조회가 필요한 경우에도 결재권자인 조사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들 지방국세청에서는 2007년 이후 2년간 142개 업체에 대해 별도의 승인 없이 납세자의 금융자료를 조회했고, 168개 업체에 대해서는 승인 받은 기간을 임의로 확대해 조회하기도 했다.
심지어 금융거래조회 승인을 하면서 397개 업체에 대해서는 조사기간을 넘어서까지 조회기간을 승인하는 등 어이없는 승인사례도 적발됐다.
이처럼 세무조사 기간이 고무줄 늘어나듯 연장되고, 금융정보조회 등이 남용되면서 납세자의 권익은 심각하게 침해됐다.
특히 세무조사 종결 및 결과통지를 하지 않아 납세자의 가산세 부담만 증가한 사례가 빈번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7년과 2008년 서울·중부·대구지방국세청에서 세무조사한 6458개 업체 중 223개 업체에 대해 기한을 넘겨 조사를 종결처리 했고, 1299개 업체에 대해서는 조사결과의 법정 통지기간(7일)을 넘겼다.
길게는 223일이나 지나서 조사가 종결된 경우도 있었고, 조사가 끝난지 397일이나 지난 후 조사결과가 통지된 경우도 있었다. 이 기간동안 가산세는 납세자가 부담해야 했다.
감사원은 "납세자보호위원회 등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조사대상, 과세기간을 확대하는 일이 없도록 지도·감독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며 아울러 금융거래정보 조회시 승인범위와 기간 등을 사무처리규정에 명시하고, 신속한 조사결과 통지를 통해 납세자가 억울한 가산세를 부담하지 않도록 하라고 국세청장에게 통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