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도 확인 안 해 동명이인 21명 재산 무더기 압류
감사원, 국세청에 직원 징계처분토록 통보
체납세금을 장기간 납부하지 않는 경우 국세청 등 과세관청은 해당 체납자의 부동산 등의 재산을 압류조치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국세청의 실수로 이름만 같은 동명이인(同名異人)이 무더기로 체납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2일 감사원이 발표한 국세청, 기획재정부, 조세심판원 등 3개 기관에 대한 '세정신뢰도 개선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남양주세무서 등 전국의 16개 일선세무서에서는 지난 2007년 체납액을 징수하면서 A씨 등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는 일치하지 않지만 체납자와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 21명의 재산을 압류조치했다.
이름만 같다는 사실만 확인한 채 세금을 잘 내고 있는 전혀 다른 사람의 재산을 압류한 황당한 징세행정인 셈이다.
이들의 재산은 다른 진짜 체납자들의 재산과 함께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대행하는 공매절차까지 진행됐고, 다행히 이 과정에서 16명은 동명이인인 사실이 확인돼 공매대행을 해제했으나 나머지 5명은 공매절차까지 끝나 낙찰자 명의로 소유권이전이 돼버렸다.
뒤늦게 사실을 안 5명은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소송을 통해 소유권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국세청 때문에 멀쩡한 재산을 하루아침에 뺏길 수 있었던 것.
국세청 직원이 이처럼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은 체납처분을 위한 복무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세징수사무처리규정'에 따르면 체납자의 재산을 압류할 때에는 압류등기촉탁 후 압류등기가 제대로 됐는지를 등기부등본 등으로 반드시 확인하고, 압류재산의 공매대행을 의뢰할 때에도 최근 1개월 이내에 발행된 등기부등본 등으로 압류등기 효력의 존속 여부를 확인한 후 의뢰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삼성세무서 등 전국 55개 세무서에서는 체납자 194명의 체납액을 관리하면서 압류등기를 하지 않은 채 시스템상으로만 체납자의 재산을 압류한 것으로 전산처리해 공매에 의뢰하거나, 압류등기 촉탁은 했으나 재산의 누락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공매에 의뢰했다가 공매대행을 해제당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당장 국세청과 일선세무서장들에게 국세징수사무처리규정 보완을 지시하고, 체납처분을 부당하게 처리한 직원을 징계처분하도록 통보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2009년 12월 말 현재 전산상 압류중인 부동산 전체 52만8000여건에 대해 체납자와 등기부상 소유자가 일치하는지를 전수점검했으며, 올해 2월 16일 '부동산 압류(말소)등기 전자촉탁시스템'을 개통해 주민등록번호 등 등기부내용과 다른 경우에는 압류촉탁이 불가능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