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도입 첫해 급격한 세부담 '우려'…세법개정으로 세무조정 줄여야
2개 회계기준, 세법개정 '중립'에 초점…회계기준과 세법, 관계정립 필요
내년 기업회계기준이 2개로 나눠지는 회계대변혁이 일어난다.
현재 기업들은 'K-GAAP'이라는 기업회계기준을 준용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상장기업 및 일부 금융회사들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비상장기업들은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간소화)을 적용하게 된다.
국제회계기준은 원칙만 제시해 기업들이 자사의 실체에 맞게 회계처리를 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지만, 일반기업회계기준은 회계처리에 자세한 규정을 둬 다른 기업이라도 같은 경제활동에 대해 동일한 회계처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종업종의 기업이라도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느냐 또는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자산 및 부채 규모가 달라지게 되고, 재무제표의 모습도 확연히 바뀌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회계기준이 2개가 되는 투티어(Two-tier) 체제로 변함에 따라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세금'에 관한 문제다.
지금까지 기업회계기준(K-GAAP)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여기서 산출된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익금산입, 손금산입 등의 세무조정을 거쳐 과세소득을 계산해 세금을 납부해왔다.
기업회계기준과 법인세법간의 차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세무조정을 해서 세금을 내는데 큰 무리가 없었던 것.
비상장기업이 적용하는 일반기업회계기준도 기존의 기업회계기준을 간소화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현행 세법과 별 차이가 없어 현행처럼 세무조정을 통해 세금을 납부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는 상장기업 및 일부 금융회사들의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국제회계기준과 세법은 체계가 달라 세무조정을 해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아지게 된다. 기존의 회계기준보다 국제회계기준에서 세무조정을 해야 하는 것들이 약 2배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한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세법을 개정해 세무조정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 상장기업 및 회계업계, 학계 등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세법을 개정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이슈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단기적으로 ▲국제회계기준 도입 첫해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세부담 문제 ▲국제회계기준과 일반기업회계기준을 고려한 계정과목별 세법 개정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기업회계기준과 세법 간의 새로운 관계정립 등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정부는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는 상장기업들이 국내 법인세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세법을 개정할 때 세수에 대한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사실상 세법 개정은 상당히 '느린 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해 국제회계기준을 조기에 도입한 기업들의 세금문제는 이미 고려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정부는 국제회계기준과 일반기업회계기준에 맞춘 세법 개정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관련학회 등과 T/F를 통해 2개의 회계기준을 모두 고려해 '중립성'에 초점을 맞추고 세법을 개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5월 관련 공청회 등을 거쳐 6월 정책을 입안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 IFRS도입 첫해 세부담증가 '완화' 요구‥"금융회사"= 국제회계기준과 기존회계기준의 차이로 인해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는 첫해 급격히 세금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 보험업 등 금융회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기존회계기준은 미래에 발생할 위험에 대비해 일정금액을 부채로 적립하도록 하고 있으나, 국제회계기준은 현재 발생하지 않은 위험에 대해 일정액을 적립하는 것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은행들은 대출을 해주고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금액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오고 있으며, 보험사들은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비해 비상위험준비금을 쌓아두고 있지만, 국제회계기준에서는 이 금액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기존회계기준은 경험(예상)손실과 감독당국의 자산관리감독규정 중 큰 금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해왔지만, 국제회계기준은 발생손실을 기준으로 결산일 현재 대출 미상환액으로 확정됐거나 확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경우에만 대손충당금을 설정할 수 있다.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기존회계기준에 따라 적립된 대손충당금 등은 부인돼 국제회계기준 도입 첫해 은행들은 그동안의 대손충당금을 상당수 환입해야 한다.
대손충당금 등은 일정액에 대해 손금산입(세법상 비용)돼 왔는데, 자본에 환입됨에 따라 익금산입(세법상 이익)으로 처리돼 세금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는 것.
그동안 손금산입으로 세제혜택을 받았던 금액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 일부에서는 이렇게 익금산입되는 은행들의 대손충당금이 약 1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이유로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는 첫해 급격하게 늘어나는 세금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익금산입으로 처리된 환급액을 손금산입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 2개의 회계기준, 중립적 세법개정에 '초점'=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세법을 개정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비상장기업에 적용된 일반기업회계기준과 형평성을 맞추는 일이다.
어느 회계기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게 되면 과세형평성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는 어떤 회계기준을 적용하더라도 동일한 세금이 산출되도록 개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제회계기준과 일반기업회계기준의 계정과목별 회계처리를 고려해 세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결산조정사항을 신고조정사항으로 변경하는 부분이다.
예컨대 세법에서는 재무제표에 계상된 무형자산 상각비 등만 결산조정을 통해 손금산입하나, 국제회계기준은 상각비를 인정하지 않아 그동안 받아왔던 손금산입 혜택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상각비 등을 재무제표에 계상하지 않고 신고조정만으로도 손금산입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 비상장기업들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결산조정이 신고조정으로 바뀌면 도입방식에 따라 과세소득을 임의로 조정하게 될 여지를 제공할 수 있으며, 조정사항이 많아 결산능력이 부족한 영세 비상장기업들에게 납세협력비용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국제회계기준 도입기업만을 고려해 결산조정사항을 신고조정사항으로 쉽게 변경할 수 없는 상황.
한편 세법에서는 접대비한도액을 계산할 때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산출된 매출액을 기준으로 했는데, 국제회계기준 또는 일반기업회계기준으로 산출된 매출액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것. 이밖에 기능통화를 세법에서 인정해 줄 것인지 여부도 중요해진다.
□ "기업회계기준과 세법관계" 재정립 고민해야= 국제회계기준과 일반기업회계기준, 두 개의 서로 다른 회계기준이 도입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기업회계기준과 세법간의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가져가야 할 것인가도 논의 대상이다.
특히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미국회계기준원(FASB)이 2014년을 목표로 국제회계기준과 미국회계기준을 컨버전스하고 있어 국제회계기준의 각종 회계처리 방식이 지속적으로 변경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럴 경우 국제회계기준이 변경될 때마다 세법을 개정해 현행처럼 세무조정을 거쳐 세금을 낼 것인지 아니면 법인세법에 의해 별도로 세무장부를 작성해 세금을 낼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
상장기업 등은 현행처럼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에서 산출된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세무조정을 통해 세금을 내는 방식이 기업들의 납세협력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학계를 중심으로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세법에 따라 세무장부를 작성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별도의 세무장부를 작성하더라도 전산시스템 발달로 비용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
기업 및 학계, 회계전문가 등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기업들의 납세협력비용을 줄여줘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2개의 회계기준이 도입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기업회계기준과 세법 간의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공론화해 논의할 필요성이 증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