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3년째 외환銀 대주주 적격성 심사중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심사에 착수한 지 3년 가까이 되도록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심사 결과가 미칠 파장을 우려해 금융위가 눈치를 보며 결론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24일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아직 진행 중"이라며 "언제 결론이 날지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2007년 7월 론스타로부터 동일인(본인과 특수관계인)과 자산.자본 현황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아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는지 심사에 들어갔다.
은행법상 6개월마다 적격성 심사를 하게 돼 있는데 다른 은행과 달리 외환은행은 2006년 말 기준 심사도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은행법에 따르면 론스타가 가진 비금융회사의 자본이 총 자본의 25% 이상이거나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이면 산업자본에 해당해 은행 지분을 9%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그동안 론스타는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금융자본인지 논란이 일어왔다. 시민단체에서는 론스타의 전 세계 투자 현황을 볼 때 산업자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해왔다.
론스타는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금융위가 요구한 벨기에 소재 특수관계인의 투자 현황에 대한 자료를 제때 제출하지 않기도 했다.
만일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판정나면 외환은행 보유 지분 51.02% 가운데 9%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고 금융위는 이 초과 지분에 대해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경우 이달 초 외환은행 재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론스타로서는 별다른 영향을 안 받겠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애초부터 은행 소유 자격이 없는 론스타의 2003년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는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불거질 수 있다.
금융위가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려도 그 근거를 공개하지 않는 한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과거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경제개혁연대의 요구를 거부하며 이 단체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부터 정부가 관련 자료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부실 심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가 내부적으로 이미 결론을 내고도 공개하지 않고 있거나 적격성 심사 결론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성사 때까지 미루든지 아니면 아예 유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2조1천548억원에 인수해 지금까지 배당금 수령과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 원금의 95%를 회수했다. 현재 보유 중인 지분을 프리미엄을 더해 모두 팔면 총 5조원 안팎의 투자 차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희대 권영준 교수는 "금융위가 결론을 내지 않는 것은 눈치 보기나 책임 회피"라며 "법에 따라 심사를 했다면 결과를 조속히 공개하고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있다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