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대상기업체들에게 부인이 운영하는 화랑의 미술품을 강매하는 등의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뇌물)로 구속 중인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에 대한 재판에서 뇌물에 대한 진실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4일 열린 재판은 안 국장에게 3억원을 빌려준 기업체 대표 서 모씨와 안 국장의 소개로 서씨의 세무대리를 한 임 모 세무사, 안 국장의 형 안 모씨, 부인 홍혜경씨가 각각 증인으로 출석해 3억원 차용부분과, 임 세무사가 안 국장에게 전달했다는 1억원의 뇌물에 대한 진실공방을 이어갔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부장판사 홍승면)의 심리로 진행된 재판은 밤 11시20분여까지 무려 9시간 넘게 계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대구에서 웨딩업체 등을 운영하고 있는 서씨는 안 국장과 20년지기 친구로 2006년 8월 자신이 운영하던 S프라자에 대한 대구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안 국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11억2700만원을 과세예고통지 받았다.
이에 대책을 기대하던 서씨에게 안 국장은 임 세무사를 소개해줬고, 2007년 2월말 국세청 본청에서 열린 과세전적부심사에서 인용(승소)결정을 받게 됐다.
문제는 이 사이 안 국장이 서씨로부터 3억원을 빌렸다는 점인데, 검찰은 안 국장이 지위를 이용해 3억원을 수수했다고 판단하고 있고, 안 국장측은 수수가 아닌 차용이며 차용당사자도 안 국장이 아닌 부인 홍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증인으로 나선 서씨는 "홍혜경이 아닌 안원구가 빌려달라고 했다"며 "3억원은 안 갚아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친구라면 갚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이에 안 국장측은 "서씨가 3억원을 갚으라고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3억원에 대한 차용증 작성문제도 논란이 됐다.
안 국장측은 부인 홍씨가 3억원 차용 당시 서씨에게 전화상으로 차용증 내용을 불러주고 홍씨 이름의 막도장을 파서 도장도 찍으라고 했다고 했지만, 서씨는 전화상으로 불러줘서 홍씨이름의 도장도 파고 작성하기는 했지만, 효력이 없는 차용증이라는 것을 알고 방치해 뒀다고 진술했다.
이에 2년이 지난 2008년 10월 대구에 있는 안 국장의 형의 집에서 만난 세 사람(안·홍·서씨)이 차용증을 정식으로 새로 작성했지만 그 사이 3억원을 갚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도 없었다는 점이 증인진술에서 확인돼 검찰수사 등을 대비한 작업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더해졌다.
서씨의 세무대리를 한 임 세무사가 안 국장에게 전달했다는 1억원의 진위여부도 논란이 됐다.
서씨는 과세전적부심에서 이기고 난 후 과세금액 11억2700만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2억2000만원을 임 세무사에게 수임료로 주기로 계약했는데, 이 중 1억2000만원은 임 세무사가 근무했던 D세무법인으로 송금하고, 나머지 1억원은 현금으로 임 세무사에게 직접 전달했다.
임 세무사는 검찰조사와 법정에서 이 1억원을 자신이 챙기지 않고, 곧장 안 국장 내외에게 달려가 전달했다고 진술했지만 안 국장과 부인 홍씨는 임 세무사가 돈을 들고 온 적도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서씨와 임 세무사의 진술이 일치하면서 서씨가 임 세무사에게 1억원을 전달한 것은 확인이 됐으나 이 돈을 곧장 안 국장 내외에게 전달했다는 점에서는 양측의 진술이 엇갈려 진위공방이 계속됐다.
특히 안 국장의 변호인측은 임 세무사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현금수익으로 챙기려던 1억원을 들켜 탈세에 따른 세무사 업무를 못하게 될까봐 안 국장에게 준 것으로 허위진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임 세무사는 "세금을 적게 내려고 1억원을 현금으로 받은 것은 맞지만 그 돈은 안 국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3억원 차용과 1억원 수수문제에 대해 공방이 계속된 가운데, 다음 재판에서는 그림강매와 관련한 기업체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두해 뇌물에 대한 진실공방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음 재판은 오는 4월 8일에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