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1일부터 변호사, 회계사 등 이른바 고소득전문직과 예식장 등 현금수입업종은 30만원 이상을 현금거래할 경우 의무적으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
만약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았을 경우 미발급액의 50%가 과태료로 부과되며, 현금영수증 미발급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도(과태료의 20%, 건당 300만원, 연간 1500만원 한도)도 2년간 운영된다.
유독 고소득전문직과 일부 현금수입업종에 대해서만 현금영수증 발급의무를 부여하고, 과태료와 신고포상금 제도까지 운영하는 이유는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세원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과세당국의 판단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국정감사에서는 변리사와 회계사의 3분의 2가 현금영수증을 한 번도 발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세무사와 법무사, 변호사는 각각 56.8%, 48.8%, 36.3%가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 전문직들이 매출을 누락할 가능성이 커 일정금액 이상을 거래할 경우 현금영수증 등 거래증빙을 의무화해 과표양성화 등을 정착시키자는 취지.
그러나 일부 고소득 전문직들은 현금영수증 및 신용카드 발급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탈세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처지라며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각의 고소득 전문직들은 앞다투어 자신의 업종만큼은 이미 과표가 양성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변리사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개인고객의 요청으로 매출이 누락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변리사 고객의 80%가 법인이기 때문에 세금계산서와 같은 증빙자료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며 "변리사에 대한 과표는 충분히 노출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 한의원을 경영하는 어느 한의사는 "4000원짜리 침 진료만 받아도 카드결제를 할 정도로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돼 있고, 한의원의 경우 최고가로 팔리는 녹용이 40만원 안팎"이라며 "이미 과표양성화가 돼 있기 때문에 제도를 시행하든 안 하든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도 "요즘에는 10~20만원 정도하는 상담비용도 고객 쪽에서 먼저 현금영수증을 요구한다"며 "고소득전문직에 대한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도입 취지는 공감하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업종은 현금영수증을 의무적으로 발급해야 하는 대상에 왜 포함됐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간이과세사업자이면서 수입이 2400만원 미만이어서 현금영수증 가맹점 가입 의무가 없는 공인중개사들이 적지 않은데, 현금을 많이 취급한다는 이유로 이번 제도에 포함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항변했다.
이미 과표양성화를 이뤘다고 주장하는 전문직 관계자들도 현금영수증 미발급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에 대해서만은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의도하지 않는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
세무사회 관계자는 "영세한 세무사무소의 경우 통장에 들어온 금액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있다가 신고가 들어오면 뜻하지 않게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고포상금 제도로 인해 억울한 피해가 생겼을 경우에 대비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치과협의의 지적도 나왔다.
고소득 전문직들은 이미 과표양성화가 달성돼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같은 제도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신고포상금 제도에 대한 우려는 컸다. 말 그대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것이라는 걱정이다.
고소득 전문직들에게 현금영수증 미발급에 대해 과태료 부과, 신고포상금 제도까지 운영해 어떻게 해서든지 과표양성화를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제도를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과 제도를 따라야 하는 당사자들의 입장이 상반된 가운데 조만간 실시될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제도가 '과표양성화'를 이루게 될 지, '억울한 피해자'만 양산할지는 아직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제도 정착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제도가 의도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과세당국과 납세자간에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을 얼마만큼 합리적으로 개선해 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