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의무화 해제, 대안적 결제 가능
개정 내용따라 반쪽짜리 '의무화 해제'될수도
인터넷 뱅킹 및 금융 결제 시 의무화됐던 공인인증서 족쇄가 풀렸다. 공인인증서 외에 다른 방식으로도 금융 결제 등이 가능하게 됐다.
이는 스마트폰 시대에서 다양한 서비스들이 대안적인 결제방식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31일 총리실과 금융감독위,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등이 발표한 공인인증서 의무화 해제 방안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은행과 카드회사 등 금융기관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공인인증서 외에도 '공인인증서와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이 인정되는 보안방법을 도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현재 금감위가 제정한 전자금융감독규정 7조에는 공인인증서 사용이 의무적으로 규정돼 있다.
정부는 이 규정을 개정해 법적으로도 공인인증서 외의 다른 기술이 사용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30만원 미만의 소액결제에 대해서는 새로운 보안방법의 도입과는 상관없이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고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위해 보안성 심의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금융 결제를 서비스에 도입한 업체는 금감원의 보안성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에 사실상 공인인증서 방식이 아닌 결제 기술을 서비스에 도입하지 못해왔다.
대표적으로 온라인몰인 G마켓과 인터넷서점 알라딘 등은 아이폰 도입 이후 재빠르게 공인인증서 방식이 아닌 결제 방식을 스마트폰에 도입했다가 서비스를 중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모바일 서비스 업체와 온라인몰 등은 그 동안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결국 이번 발표는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소액결제에 대한 다양한 결제 방식을 허용함으로써, 앞으로도 줄곧 나타날 수 있는 규제와 현실과의 충돌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기업들은 자유로운 결제 방식을 도입해 다양한 스마트폰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도가 바뀐다고 해도 신용카드사가 몸을 사릴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새로운 결제 방식이 도입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총대를 메는 업체가 나오고, 소비자들한테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새로운 방식이 속속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결제 방식이 경쟁력만 갖춘다면 특정 서비스뿐 아니라 소액결제에서 보편화된 서비스로 발전할 수도 있고, 보안기술 수출도 노려볼 수 있다. 모바일 서비스 발전뿐만 아니라 보안기술 발전도 촉진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결정은 한 달가량 치열하게 진행된 정부 부처 간의 논의 결과다. 공인인증서가 지난 1999년 도입된 뒤 국내 인터넷뱅킹 활성화 등에 큰 역할을 담당했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방식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정부에서도 논의가 진행됐다.
소액결제 외에도 해외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SSL(암호화 통신) + OTP(일회용 비밀번호)' 등의 방식도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공인인증서는 국내에서 2천만건 이상이 발급되고, 대다수 국민이 개인 금융거래뿐만 아니라 연말정산 등 대민서비스에서도 이용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통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동안 총리실과 방송통신위원회, 기업호민관실은 공인인증서 의무화가 과잉규제로 새로운 서비스 활성화를 발목 잡고 있다고 바라본 반면, 금감위와 행안부는 공인인증서로도 스마트폰 시대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가 극적으로 타협을 이뤘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공인인증서 의무화 해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총리실 등 관계부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5월말까지 보안방법의 안정성 수준에 관한 법적 기술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문제는 그 동안 공인인증서 의무화를 둘러싼 기술적 논쟁은 팽팽히 진행돼 왔다는 데 있다.
더구나 전자금융감독규정 7조가 정부가 밝힌 대로 '공인인증서와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보안기술에 대해 허용하는 내용으로 바뀐다면 '동등한 수준'이라는 문구의 해석을 놓고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다른 기술이 공인인증서만큼의 안정성을 가지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다면, 사실상 공인인증서 의무화 해제는 스마트폰에서의 소액결제 허용을 제외하고는 현재와 변동이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기술적 문제는 현재 정부 부처 간 협의에서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민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공인인증서와 동등한 수준을 어떻게 바라볼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 한 관계자는 "선언적으로는 공인인증서 의무화가 해제됐지만, 전자금융감독규정의 개정 내용 및 해석 등도 의무화 해제 취지에 따라와야 완전한 의무화 해제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