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안원구 용퇴하게 해달라고 했다"

S안경수입업체 대표 이모 씨, 법정진술 통해 밝혀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부장판사 홍승면)의 심리로 진행된 안 국장(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뇌물혐의로 구속수감중)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S안경수입업체 대표 이모 씨는 "국세청에서 '이쯤해서 국세청에 누를 끼치지 말고 용퇴해 달라'고 안 국장을 잘 좀 설득해 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씨가 운영하는 업체는 지난 2004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받았고, 2008년 연말에도 주식명의신탁과 관련한 세무조사를 받았다.

특히 이씨는 2004년 세무조사 때에는 친구를 통해 알게된 안 국장에게 "잘 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했고, 특별세무조사 결과라고는 보기 어려운 6억원대의 비교적 적은 금액을 추징당했다.

이씨는 안 국장의 국세청 내 거취문제가 한창 논란이 됐던 2009년 9월경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을 방문한 사실에 대해 재판부가 추궁하자 당시 조사국 송모 과장을 만난 사실을 털어놨다.

이씨는 "송 과장에게서 안 국장 관련해서 상의할 게 있다고 전화가 와서 만났다. 안 국장을 잘 좀 설득해달라고 했다"며 "(송 과장이) 아주 정중하게 부탁했다. 협박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국세청이 안 국장에 대해 사퇴압박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대해서도 안 국장의 변호인 측과 검찰 측간의 논쟁이 오갔다.

변호인 측은 "안 국장은 2009년 5월부터 국세청으로부터 사퇴압박을 받았다"고 했으나, 검찰 측은 "안 국장이 지난해 주호영 특임장관에게 보낸 구명서신에는 2008년 4월부터 서울국세청 세원관리국장으로 좌천됐고, 2008년 9월에는 청와대로부터 압박을 받았다고 돼 있다.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 국장의 혐의 중 하나인 그림 등 예술품 강매와 컨설팅을 통한 뇌물수수에 대해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에 따르면 증인으로 출석한 S안경수입업체 대표 이씨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의 특별세무조사 후 안 국장 내외를 자택으로 초대해 세무조사 편의에 대한 보답을 하겠다고 했고, 이에 안 국장과 부인 홍혜경 씨는 홍씨가 운영하는 화랑에서 그림을 구매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이씨가 그림을 구입하고자 한 것은 보답차원이 아닌 자신의 재테크 수단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씨가 구입한 그림들이 구입 이후에 시세가 급격히 올랐고, 이씨가 그림을 구입한 것이 안 국장의 부인 홍씨에게서만이 아니라는 점 등이 강조됐다.

이씨 역시 "(세무조사 편의에 대한) 보답차원도 있었지만 미술품이 재테크의 수단도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겸사겸사 구입했다"며 "평소에 그림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나중에는 (그림 구입이) 투자의 목적이 더 많았다"고 진술했다.

또 홍씨가 새로 설립하려던 화랑 부지매입을 위해 당시 땅값의 절반인 11억5000만원을 이씨로부터 빌린 부분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렸다.

안 국장 변호인 측은 홍씨가 돈을 빌린 것이 아닌, 동업의 형태로 이씨가 화랑에 투자한 것이며, 오히려 갑자기 투자를 포기하는 바람에 홍씨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고, 검찰 측은 동업제안을 안 국장과 홍씨가 먼저 했고, 11억5000만원을 갚는 과정에서 그림 값이 공제되는 등 안 국장 내외가 미술품 판매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증인으로 출석한 안 국장의 부인 홍씨는 세무조사 업체에 대한 그림강매 혐의에 대해 "I토건 대표 임모 씨 등 그림을 사는 사람들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몰랐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내가 알 수 가 없다. 남편(안 국장)이 내게 (세무조사 여부를)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했던 B건설 대표 김모 씨는 불출석,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하도록 해 출석할 때까지 과태료가 부과되게 됐다. 김씨는 홍씨로부터 그림을 구입하고, 홍씨에게 모델하우스 디스플레이 컨설팅을 제공했다.

다음 재판에서도 미술품 강매 등과 관련한 증인들이 출석할 예정이다. 다음 재판은 오는 15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