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찬 심판원장 임명-'기각심판원' 오명 불식 '과제'
직원 사기 진작-재정부 등 유관기관 관계 '재설계'
조세심판원 출범 이후 두 번째 원장은 백운찬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으로 결정됐다. 초대 원장이 통합 이후 지난 2년 동안 심판원의 '기본틀'을 마련했다면 2대 원장은 심판원을 보다 단단한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백 신임 원장에 대한 안팎의 '기대치'는 상당히 높다. 다만 그 기대치는 신임 원장에게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심판원이 통합 이후 지난 2년 동안 기본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잃은 것이 많았고 이를 예전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수준으로 회복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심판원 안팎에서는 심판원 통합 이후 납세자 권리구제라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 왔는지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체질을 완전히 뒤집어엎는 과감한 개혁에 우선해 심판원의 존재목적, 즉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으로서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 세간에 퍼져 있는 의구심을 걷어내는 작업이 최우선 과제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 '기각심판원' 오명 불식-최우선 과제= 심판원은 기본적으로 납세자의 신뢰를 받아야만 존재할 수 있는 기관이다. 설치 목적 자체가 납세자 권리구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심판원을 둘러싸고 떠도는 '괴담'과도 같은 평가들은 우려를 자아낼 수밖에 없다. 심판원과 최접점에 놓인 납세자와 세무대리인들 사이에서는 심판원을 '기각심판원'이라는 평가를 서슴없이 내놓고 있다.
심판원 통합 이후 지난 2008년과 2009년 인용률은(국세기준) 각각 26.5%, 29.2%.
지난 2006년과 2007년 27.3%, 26.4%의 인용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많은 수의 납세자와 세무대리인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인용률은 수치상의 그것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심판원이 인용률을 '조작'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쏟아낼 정도다. 사실확인 여부를 떠나 이는 전적으로 심판원이 납세자들과 세무대리인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으로밖에 설명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심판원 내부에서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멘탈' 측면의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심판결정 과정에 국고주의적 성향이 다소 지나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세법규정에 최대한 부합한 심판결정을 내리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현행 세법이 복잡한 사회현상과 납세자 개인의 특수상황을 모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을 감안할 때 납세자의 입장에 서서 유연한 사리판단이 필요함에도 불구, 최종 심판결정 과정이 국고주의적 성향에 젖어있었기 때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 개혁보다는 '기본'으로 회귀(回歸)= 사실 '기각심판원'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고 납세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한 방법은 그닥 어렵지 않다. 물론 인용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이는 '페어플레이'라고 볼 수가 없다.
국고주의적 성향에서 벗어나 권리구제 기관으로서 납세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만 보여줘도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판원 내부적으로도 합의체 형태로 운영되는 심판원 심판시스템에 대한 개혁보다는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잃어버린 신뢰를 찾아올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굳이 시스템 부분에 손을 댄다면 심판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납세자들이 심판결정 결과에 최대한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심판원은 다른 행정부처와 달리 폐쇄적으로 운영되어서는 안되며 특정인이 세법에 관해 '독불장군'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납세자와 최접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납세자들과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원장이 독단적 성향을 갖게 되면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보여지듯 시스템의 왜곡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 원장이 심판부의 논의결과를 믿고 납세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심판원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직원 '사기' 진작 필요= 각종 내우외환으로 바닥에 떨어진 심판원 직원들의 사기 진작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신바람'을 내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죽은 조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판원 내부에서는 인사제도와 문화를 제대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심판원은 국무총리실 산하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외딴 섬'이나 다름없는 구조다.
국무총리실과 인사TO가 별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기관(조사관) 및 심판관(고공단) 이상의 경우 세법상 자격요건까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인사운용 자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무관급 이하의 경우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결과적으로 승진과 전보, 신규직원 충원 등의 문제를 모두 심판원 내부에서 해결하거나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의 인사교류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심판원은 재정부,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의 인사교류가 연이어 무산, 조직의 '신진대사'가 막히고 승진 및 전보인사에 있어서도 공정성이 부족한 인사로 직원들의 불만을 초래한 상황이다.
□ 재정부 등 유관기관 '수평관계' 재설계= 기획재정부 세제실,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심판원이 국무총리실 산하로 확대개편된 이후 기획재정부와 심판원의 유대관계가 헐거워진 형국이다.
특히 심판원이 지난 2008년 '조세심판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재정부 세제실과 심판원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기도 했다. 재정부 세제실이 생산한 법령에 반하는 심판결정이 내려지면서 '통제가 안 된다'는 식의 부정적 평가가 흘러나오기도 했던 것이 사실.
업무특성을 감안하면 두 기관은 끈끈한 유대관계로 얽혀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일률적인 세법 적용만으로 민간에서 발생하는 수 많은 경우의 수에 대응하려 한다면 조세제도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납세자들의 반발을 살 공산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재정부가 심판원을 통제가 필요한, '산하기관'이 아닌 어깨를 나란히 할 수평적 관계로 인식하도록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세제도가 민간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문제점은 없는지 등 객관적이고 살아있는 검증결과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루트는 심판원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