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화력발전 시설에 거액 투자, 세금환급 불가 판정
"국세청 예규 믿고 감면신청, 행정소송 불사"
국내 대형 발전(發電)업체들의 발등에 '불'이 제대로 떨어졌다.
일명 'LNG 복합화력발전 시설'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이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세금환급)를 단 한 푼도 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미 과세당국인 국세청으로부터 수백억원에 달하는 투자세액공제를 받은 일부 업체들의 경우 국세청의 환급세액 추징 결정에 반발해 제기했던 과세불복청구에 대해 조세심판원이 '기각'결정을 내림에 따라 환급 받았던 세금을 토해내야 할 '위기'에 내몰렸다.
LNG 복합화력발전 시설에 투자해 시설을 완공했거나 현재 건설중인 업체는 포스코와 SK가 인수경쟁을 벌였던 케이파워,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 파워 외국계 발전업체인 메이야율촌전력, GS그룹 자회사인 EPS 등을 비롯해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남부발전과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이다.
□ 발등에 '불' 떨어진 발전업체들= LNG 복합화력발전 시설이란 LNG를 연소시켜 발생한 열에너지를 이용해 가스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시설이다(1차 발전). 이 과정에서의 열효율은 30%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증기터빈과 배열회수보일러를 설치해 1차 발전 과정에서 낭비된 열에너지의 일부를 회수해 2차 발전을 하게 되는 구조다. 이 같은 전체적인 과정을 반복하면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시설이 LNG 복합화력발전 시설이다.
지난 2003년 케이파워와 한국중부발전을 시작으로 국내 대형 발전업체들이 앞다퉈 해당 시설 구축에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발전업체들이 투자한 금액은 35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지난 2008년 시설을 완공했던 EPS와 메이야율촌전력, 한국남부발전이 2차 발전을 위한 증기터빈과 배열회수보일러 설치비용에 대해 에너지절약시설 세액공제를 신청, 거액을 환급 받았다.
문제는 2006년 같은 시설을 990억원을 들여 완성한 케이파워가 관할 세무서(종로세무서)에 제출한 100억원 규모의 세액환급 신청이 거부되면서부터 불거졌다. 2007년 세액환급을 신청한 케이파워에 대해 관할 세무서는 "해당 시설은 에너지절약시설로 볼 수 없다"며 환급을 거부했다. 이에 케이파워는 2008년 11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이후 지난해 감사원이 해당 시설에 대한 세액감면이 부당하다며 환급됐던 세액 추징을 통보하자 국세청은 EPS와 메이야율촌전력, 한국남부발전이 환급 받아간 세액을 즉각 추징했고 이 가운데 메이야율촌전력과 한국남부발전이 불복,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 "국세청 환급거부, 감사원 결정 부당하다"= 최근 조세심판원은 메이야율촌전력과 케이파워가 제출한 심판청구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이들 업체들의 주장, 즉 증기터빈과 배열회수보일러는 열에너지를 재활용해 추가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절약시설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핵심.
국세청이 케이파워의 환급신청을 거부한 사유는 감사원이 환급세액 추징을 통보한 사유와 다르지 않다. 케이파워의 환급신청이 거부된 사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환급신청을 접수한 관할 세무서 측이 해당 설비가 에너지절약시설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에 질의했고, 산자부로부터 "에너지 절약시설로 보기 어렵다"는 회신을 받은 뒤 이를 근거로 환급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업체들은 심판청구를 통해 국세청의 처분은 현행 세법이 규정하고 있는 신의성실 원칙과 소급과세 금지 원칙에 위배된 과세처분이라고 반발했다.
케이파워와 메이야율촌전력 등은 해당 설비가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국세청의 질의회신을 지난 2003년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의 유권해석을 믿고 세액공제를 신청했지만 세법해석 권한이 없는 산자부 질의회신을 근거로 과세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판원은 "국세청의 질의회신 내용 자체가 특정인의 질의에 대해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로 판단되는 경우에 대한 회신으로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납세자에게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 견해 표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발전업체들 "행정소송 불사할 것"= 심판원이 케이파워와 메이야율촌전력이 제기한 심판청구를 기각함에 따라 같은 사안으로 계류중인 한국남부발전의 심판청구도 기각될 가능성이 농후해진 상태다.
아직까지 환급신청을 하지 않은 발전업체와 시설완공이 덜 된 발전업체들도 '불똥'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이미 환급을 해줬거나 환급을 거부한 세액, 현재 건설분에 대한 환급예상세액은 가산세 등을 포함해 1000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의 입장에서는 큰 규모의 세수일실을 방지한 셈이다.
그러나 발전업체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투자한 금액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아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국세청에 질의해 '맞다'는 답변을 듣고 세액공제를 신청했는데 국세청이 지식경제부가 내놓은 새로운 근거를 들어 뒤늦게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려 세금 추징 및 가산세를 부과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다.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