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점령지·나토 가입 포기 조건 휴전 제안...우크라 "히틀러와 똑같다"

푸틴 "서방이 원하는 일시적 휴전이 아닌 종전"

푸틴 "제안 거부시 유혈 사태 책임은 우크라"

젤렌스키 "기존 조건과 같은 최후통첩 메시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점령지 4곳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휴전을 제안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즉각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외무부 회의에서 이같은 협상 조건을 제시하며 "내일이라도 당장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거론한 러시아 점령지 4곳은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주로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약 18%에 해당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외에도 우크라이나의 중립, 비동맹, 비핵 지위 유지,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해제 등도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이 비극적인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유럽 전반의 단결을 단계적으로 회복하기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제안의 본질은 서방이 원하는 일시적인 휴전이 아니라 완전한 종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이 제안을 거부하면 계속되는 유혈 사태에 대한 정치·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협상의 조건은 우크라이나 정권에 유리하지 않게 계속 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의 협상 제안은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가운데 나왔다.

이에 우크라이나와 국제 사회는 푸틴 대통령의 협상 조건이 기존 러시아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면서 터무니없는 요구라고 일축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최후통첩 메시지"라며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반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영토 점령 행위를 언급하며 "이제 나치즘이 푸틴의 얼굴로 나타났다"고 비난했다. 이어 "푸틴이 요구하는 것은 점령되지 않은 우리 영토의 일부까지도 요구하고 있다"고 격분했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평화회담 조건으로 나토 가입 외에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 전쟁 피해 배상,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군이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불법적으로 점령했다.푸틴 대통령은 휴전 조건을 수용하라고 지시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저격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것은 평화 제안이 아니다"며 "러시아의 목표가 우크라이나를 통제하려는 러시아의 목표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