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 코리아]
'수면 시간'을 지키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따. 그러나 '좋은 잠'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이 오히려 노년의 불면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연구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진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정신생리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ophysiology)에 게재됐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주 교수 연구팀은 60세 이상의 불면증을 호소한 45명을 대상으로 수면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뇌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62채널 뇌파 증폭기를 통해 연구 참가자의 뇌파를 측정하고, 참가자들의 수면 상태, 태도, 스트레스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의 평균 나이는 68.1세였으며, 이들은 모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면 장애를 호소하고 있었다. 또, 경미한 우울증과 불안 증상도 관찰됐지만, 인지기능은 모두 정상이었다. 아울러 잠 못 이루는 밤에 대한 근심이 있을 뿐 주변에서 쉽게 마주하는 흔한 노년의 특징을 갖췄다.
그러나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이들의 뇌파는 특이한 양상을 보였다. 수면에 대한 비합리적인 신념이 클수록 뇌의 베타파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베타파는 일반적으로 뇌가 깨어 있을 때 활성화되었다.
그중에서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다음 날 문제가 생긴다고 믿는 경우, 혹은 수면 환경이 완벽해야만 숙면할 수 있다는 지나친 믿음을 가질 때 베타파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는 잠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 오히려 불면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수면 반응성이 높은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델타파와 세타파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델타파와 세타파는 깊은 수면 중 나타나는 파형이다. 깨어 있을 때 이러한 파형이 증가하는 것은 뇌가 비활성화되고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감소한 것을 의미한다.
김석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파 측정을 통해 노년층의 불면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강조하며, "불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심리적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완전한 숙면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