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분야 국감 시작...'내부통제·가계대출·부동산PF·티메프’ 등 쟁점 산재

금융분야 국감, 10일 시작...24일 종합감사로 마무리

금융당국 관리감독 소홀 쟁점 사항 산재...김병환 금융위원장 답변에 주목

금융지주회장 최초 증인 출석 우리금융 초긴장...손태승 전 회장 부당대출 등

이석용 농협은행장도 곤혹 치를 듯...4차례 금융사고 증인 채택

KB금융지주 양종희 회장, 금융 분야 증인 채택에선 제외 '한숨 돌여'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가운데 오늘(1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 분야 국감이 진행된다. 국감 사상 첫 금융지주 회장까지 증인 출석이 예고되면서 금융권은 초긴장 상태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의 감독관리 소홀 이슈가 집중 공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여 금융당국 역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부터 시작되는 금융 분야 국감에서는 가계부채 급증 문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유예 이슈,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사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넨싱(PF) 리스크 등 쟁점사항이 많지만 무엇보다 연이은 금융사고에 따른 금융사 내부통제 문제가 가장 민감한 사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10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을 대상으로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이후 14~15일 양일간엔 예금보험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신용보증기금, 17일에는 금융감독원·서민금융진흥원 대상 국감이 진행한다.

10일 국감장에는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함께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김성태 기업은행장이 기관소속 증인으로 참석한다. 그리고 종합감사일인 24일엔 김 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감사장에 나와 금융 분야 전체적 이슈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게 된다.

◇ '내부통제 부실 문제', 국감 단골 이슈...올해도 강한 추궁 이어질 듯 

이번 국감에서 우리금융(우리은행)과 NH농협금융(농협은행)은 최근 수년간 터져 나온 금융사고에 따른 '내부통제 부실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따가운 질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으로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우리금융의 경우 이번 국감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관심사는 임종룡 우리금융회장의 국감장 출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무위 여야 간사는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에 부당 대출한 경위를 묻기 위해 임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이에 임 회장 본인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 회장이) 앞서 입장문을 통해 '조사,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히 따르겠다'고 밝힌 만큼, 피하지 않겠단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쟁점은 우리은행이 내부감사를 통해 손 회장 친인척에게 부당대출을 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대한 보고와 시장 공시를 미룬 배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손 전 회장의 처남 김 모 씨는 우리은행에서만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대출을 진행한 우리은행 전 본부장 임 모 씨도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로 구속됐다. 문제는 우리금융 산하 다른 계열사(증권·저축은행·카드·캐피탈사)에서도 손 전 회장의 또다른 친인척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확인돼 사태가 더 확대된 점이다.

NH농협은행에선 이석용 행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연이은 금융사고가 발생한 데 대한 책임 소재 여부가 집중 추궁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융사고 금액 면에서 최대 규모인 KB금융지주 양종희 회장은 이번 금융 분야 국감 증인 채택에선 빠져 의외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앞서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근거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총 67건의 횡령·배임·사기 등의 금융사고가 적발돼 2074억67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중 올해는 8개월만에 26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피해금액도 올해만 1129억2650만원으로 같은 기간 발생액의 54% 이상이 되는 등 은행들이 내부통제 강화를 핵심 사항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중 농협은행은 올해 1~8월 동안 10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해 최대 금융사고 은행으로 기록됐다. 지난 3월 허위 매매계약서 사용 부당대출(110억원 규모) 사고에 이어 5월 2건의 초과대출 사고(총 64억원)와 8월 내부직원의 횡령사고(117억원 규모) 등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은행권 내부통제 부실 문제는 단골 이슈 중 하나다. 그럼에도 금융사고가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증가 추세에 있어 이번 국감에서는 어떤 대책이 나올지 관심거리다.

특히 지난해 말 금융회사 임직원의 내부통제 업무·책임 소재를 명시한 책무구조도가 도입(지배구조법 개정)된 가운데 이를 어떻게 적용할 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정치권의 당국에 대한 질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 '가계대출 급등' 책임 공방 거세질 듯

금융위 국감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쟁점은 '급등하는 가계대출' 이슈라는 데 이견이 없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정책 발표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그 어느 때보다 폭증했다는 지적과 함께 정치권, 특히 야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8월 가계대출 증가분(35.1조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분(16.9억원) 대비 18조원 가량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 2022년 1~8월 은행 가계대출은 1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친 점과 비교하면 그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계대출 규모 폭증이 금융당국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의 중요성 때문에 당국이 직접 개입한 게 시장의 혼란만 야기했다는 비판이다. 당국의 지나친 개입, 즉 '관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오락가락 정책으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미추진 방침(2월), 2단계 스트레스 DSR 제도 시행 2개월 연기(6월) 등 규제 완화 등이 꼽힌다. 이러한 정책 시행 후 주택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면서 가계대출이 큰폭 증가하자 당국은 또다시 은행 쪽으로 규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대출총량 과도' 은행에 대한 규제 방침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 '부동산 PF', '티메프 사태'도 주요 쟁점...'당국 역할' 공방 거세질 듯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티몬 및 위메프(티메프) 사태에 대한 관리 부주의 문제도 도마에 올라 날선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PF 연착륙과 관련, 당국은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평가를 마치고 이달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권이 제출한 처리방안에 따라 경·공매를 유도해 24조원에 달하는 부실 PF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 6월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해 자산 건정성 지표가 악화된 3개사에 대해 4등급(취약)으로 확정했다. 앞서 업계에선 전체 저축은행(79개사) 중 약 10%에 달하는 7~9곳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들은 부동산 PF 대출 부실로 자산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회사들이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평가 결과를 토대로 빠르면 이달 중순께 이들 회사에 경영개선계획서를 요구하고 적기시정조치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당국이 계획하고 있는 11월까지 부동산PF 정리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서도 야권의 날카로운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티메프 사태 정산 지연으로 발생한 피해액은 1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금감원이 지난 2022년 티메프 측과 경영개선협약을 맺는 등 재무 건전성 관련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은 지난달 30일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과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을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 두 업체는 두 업체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모두 회생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구 회장은 이 모 큐텐 재무본부장과 함께 이번 국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민생경제 차원의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 문제, 새마을금고 사태, 저축은행 부실화 문제 등도 테이블 위에 놓여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