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경기, 단기간 급락 가능성 낮아…성장속도 다소 약화될 것”

“경기 비관론자, 빠른 실업률 상승이 기업들 노동수요 둔화에 기인…경기침체 가능성 높다고 주장”

“노동수요 둔화되고 있으나 대체로 양호…최근 실업률 상승은 노동공급 증가에도 기인, 급격한 경기위축 가능성 제한적이란 견해도”

“일부 개선된 고용지표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 다소 완화”

미국 경기가 단기간내 급락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노동시장 부진 등에 따른 하방압력을 감안할 때 성장속도는 다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은 23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 최근 미국 경기흐름에 대한 평가'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의하면 금년 상반기중 미국경제는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됐으나 내수를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흐름을 지속함에 따라 경기연착륙(softlanding)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최근 노동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앞으로는 양대목표 모두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고용상황이 금리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부각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7월 고용지표 충격으로 미국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촉발됐다. 고용은 근로소득의 원천으로 소비를 통해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실업률은 경제활동의 결과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경기후행지표로 인식돼 왔다.

이에 따라 금번 고용보고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최근 노동시장을 둘러싼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두고 엇갈린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경기 비관론자들은 최근 빠른 실업률 상승이 기업들의 노동수요 둔화에 주로 기인하고 있어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통상 경기침체기에는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완화를 위해 노동수요를 줄이게 되는데 실제로 최근 채용률 하락·빈일자리수 감소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동행성이 높은 제조업 업황 부진으로 노동수요가 줄면서 고용이 둔화되고 있어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반면 노동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며 최근 실업률 상승은 노동공급 증가에도 기인하고 있어 급격한 경기위축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에 따르면 빈일자리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팬데믹 직전보다 여전히 많으며 해고율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노동수요는 아직 양호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최근 예상보다 빠른 실업률 상승에는 노동공급 증가요인도 있는 만큼 현 상황을 즉각적인 경기침체로 해석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과거 침체기에는 해고 증가 등 노동수요 감소가 실업률 상승을 주도했으나 이번에는 이민자 유입 증가, 경제활동인구 확대 등으로 일자리를 찾지 못한 노동시장 진입자가 크게 늘어났다고 했다.
보고서를 집필한 한은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 이현아 과장, 민동길·백창인 조사역은 "이러한 양측 견해를 바탕으로 미국의 경기흐름을 판단하면 노동시장은 그간의 높은 긴장도(tightness)가 완화되면서 수급이 균형을 찾아가는 정상화 과정에 있으며 이에 따라 경기가 단기간내 급락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에 노동수요가 약화되고는 있으나 아직 해고율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등 노동수요가 크게 위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과거 침체진입 직전에는 성장률이 큰 폭으로 둔화됐지만 최근 미국경제는 양호한 성장모멘텀을 유지하는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성장세가 점진적으로 둔화되는 연착륙 과정에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7월 고용보고서 결과에 따른 샴 규칙(Sahm rule, FRB 이코노미스트 출신 Claudia Sahm이 2019년에 고안해 낸 규칙으로서 3개월 이동평균 실업률이 1년 내 최저치 대비 0.5%p 이상 상승할 경우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발동만으로 경기침체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샴 규칙을 개발한 당사자도 샴 규칙 발동만으로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팬데믹 이후 달라진 노동시장 여건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은 미국유럽경제팀은 "향후 미국경제는 고물가·고금리 영향 누적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겠으며 최근 노동시장 부진 등에 따른 하방압력을 감안할 때 성장속도는 예상보다 다소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노동시장 둔화 신호는 이미 나타나고 있는 데다 주요 고용지표가 팬데믹 이전 혹은 균형수준에 근접하고 있어 앞으로 고용상황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금융시장 측면에서도 최근 미국 경기관련 지표의 등락에 따라 가격변수 민감도가 증대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 미국유럽경제팀은 "일부 개선된 고용지표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다소 완화됐으나 미국 경기둔화 속도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며 "향후 예상보다 부진한 경기지표로 또다시 금융시장 불안이 크게 확대되고 가계·기업 심리가 위축될 경우 미국경제의 성장 하방압력이 증대될 수 있으며 우리나라 금융시장 및 對미 수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