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 "정작 돈 받았다던 리호남, 필리핀에 없었다…기묘한 상황"
"유죄 입증의 책임, 검사에 있어…검찰이 답해야 될 때"
"리호남 필리핀 방문, 증거 없이 김성태 등 진술만으로 공소 제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포럼 '격랑의 한반도,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에서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북측의 리호남이라는 대남공작원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주었다는 사람은 있는데, 받았다는 사람은 없다"며 "검찰이 쓴 시나리오라기엔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26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주장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는 세 차례에 걸쳐서 지불되었는데, 첫 번째 지불, 즉 70만 달러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북측의 리호남이란 대남공작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근데 정작 돈을 받았다던 리호남은 필리핀에 없었다"며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가 제시한 세 가지 근거를 인용했다. △남측과 북측 인사들이 참석한 비밀 만찬 자리를 촬영한 동영상에서 리호남이 등장하지 않는 점 △국제대회를 총괄했던 김 모 대표가 크로스체크 한 결과, 직원 누구도 리호남을 보지 못했다는 점 △북측 인사 여섯 명의 필리핀 비자 발급 과정에서 시행된 각종 문서 중에 리호남 이름이 없는 점 등이 그것이다.
한 최고위원은 "리호남이 신출귀몰한 도사도 아니고 느닷없이 나타났다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유령도 아니고, 어떻게 마닐라에서 70만 달러를 받아 갔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참으로 기묘하고 이상한 상황"이라며 "검찰이 답을 해야 될 때"라고 지적했다.
리호남이 가명으로 필리핀 밀입국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가명이 무엇이고, 필리핀에는 언제 또 어떤 방식으로 입국해서 돈을 받아 갔는지부터 입증해보라"며 "유죄 입증의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필리핀에 있을 수도 없었던 리호남에게 돈을 주었다는 검찰의 주장, 우리는 이러한 것을 날조라고 부른다. 날조된 죄를 누군가에게 뒤집어씌우는 행위, 우리는 이것을 공작이라고 부른다"며 "검찰이 왜 이런 무리를 하며 이재명 대표를 몰아세우는가, 그 저의를 의심한다"고 덧붙였다.
한민수 대변인도 전날(25일) 논평을 내고 "당시 '리호남'은 필리핀에 갈 상황이 아니었다. 중국 단둥과 심양을 오가며 쌍방울 방용철 부회장 등을 수시로 만나던 때에 신변이 보장된 중국을 굳이 벗어날 이유가 있었겠나"라며 또 "국제적으로 유명한 대남 공작원이 북한과 수교도 맺지 않은 필리핀에 위험을 무릅쓰고 돈을 받으러 갈 이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대표는 7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에서도 리호남의 필리핀 방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리호남이 위조 여권을 활용해 필리핀으로 가서 호텔 잠입 후 몰래 김성태, 안부수, 이화영 등을 만나 이재명 지사의 방북 시기를 조율하고 김성태로부터 70만 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검찰은 리호남의 필리핀 방문에 대한 확실한 증거 없이, 어떤 물증도 없이 오직 김성태 등의 진술만으로 공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성태 쌍방울 회장의 대북 송금이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한 뇌물이었음이 북한 측 인사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필리핀을 방문한 물증도 없는 북한의 공작원까지 끌어들여 쌍방울의 대북 송금을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 대납으로 둔갑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난 6월 7일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 사건 재판에서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1심은 김성태 전 회장과 안부수 전 회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아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관련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봤다.
이재명 대표의 대북송금 사건 첫 재판은 27일 열린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10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와 이화영 전 부지사,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회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범죄 혐의에 관한 피고인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를 계획하는 절차로, 피고인은 출석할 의무가 없다. 이 대표는 법원에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코로나19에 확진돼 입원 치료 중이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이어 '위증 교사 사건'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혐의 사건' 재판 일정도 줄줄이 연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