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국세청장 "경제학자로서의 소신"-"자신의 본분 망각" 설전
2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업무보고에서 야당 의원들과 백용호 국세청장간 한바탕 '설전(舌戰)'이 벌어졌다. 백 국세청장이 정치권을 겨냥해 한 소위 '포퓰리즘 발언'이 설전의 도화선이 됐다.
백 국세청장은 최근 한 강연회에 참석해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세원을 발굴하고 세수를 확충하는 등 조세행정의 공정한 집행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선거 등 정치일정을 의식해 선심성 세금감면을 쏟아내는 정치권에 일침을 가한 것.
이날 업무보고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백 국세청장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국세청 수장이 그런 발언을 해도 되느냐"며 공개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조배숙 의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포퓰리즘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백 국세청장은 "선거 때마다 재정을 생각하지 않은 요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전체적인 국가재정 건전성을 생각해야되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조 의원은 "그런 뜻으로 말했다면 MB의 부자감세 정책이야말로 포퓰리즘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국회예산정책처가 '과도한 재정지출'과 '대규모 조세감면'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2012년 이후로 유보된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를 예로 들며 "이대로 시행되면 5조원이 감세된다. 세금감면 규모에 비해 비효율적이다. 국세청장은 상황을 조금 더 바르게 인식하고 말하라"고 일침했다.
국세청 '저격수'인 민주당 오제세 의원도 거들고 나섰다. 오 의원은 백 국세청장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요구했다.
오 의원은 "세금이라는 것은 법률에 의해 납부하는 것으로, 근로자, 농어민, 사회보장, R&D를 위해 감면하는 것"이라며 "국민적 합의가 있는 법률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말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이 말하는)내용 자체도 근로자나 서민 등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비과세감면이다. 그것을 탓할 순 없다"며 "법률을 포퓰리즘이라고 해서 되겠느냐. 정치권이 경제회복에 걸림돌이 된다는 말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야당 의원들의 연이은 공세에 백 국세청장은 "법률의 적법성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 아니다"라며 "국회에 와서 국세청장으로 발언했다면 적절치 못했다고 했겠으나, 경제학자로서 조찬강연회에서 소신을 가지고 말한 부분인 만큼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 날 민주당은 국세청 업무보고가 끝난 뒤 별도의 논평까지 내며 백 국세청장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