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건강 품목에 '세금·부담금' 부과필요"
"금융위기 후 재정적자는 세입확충의 적기"
"부가세 인상, 바람직하지 않다"
"감세정책과 친서민은 양립할 수 없다"
22일 서울 청량리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열린 2010~201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총괄 및 총량분야' 토론회에서는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올리는 등 중장기적인 세입확충 방안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특히 석탄이나 석유 등 탄소를 유발시키는 품목에 세금을 신설하거나 올리는 등의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반면, 세입확충을 위해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나중에 폭발적인 재정수요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부가가치세율을 현재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25% 정도의 소비세율을 갖고 있는 유럽의 경우도 소득세 운영에 한계에 부딪혀 소비세를 점점 확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재정확보를 위해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일 등을 고려해 마지막 보류로 남겨둬야 한다"며 "그 대신 환경에 대한 부담금, 은행부담금 등 수익자부담원인 성격의 부담금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술, 담배 및 청량음료 등 건강을 해치는 품목에 대해서도 세금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탄소세 도입 등 새로운 세목 등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올리는 등의 세입확충 방안이 필요하다"며 "최근 남유럽 국가의 재정적자나 우리나라의 재정적자 증가 등을 감안하면 세목신설 및 세율 인상 등을 실시하기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다만,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류에 대한 세금이 많은 상황에서 탄소에 세금을 도입하면 조세저항이 있을 수 있다"며 "석탄이나 석유 외에 탄소를 유발하는 제품에 부담금을 늘리는 방식이 더 적당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작은정부, 감세정책을 말하면서 중도실용 친서민을 얘기하고 있는데, 두 개가 양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친서민 정책을 하려면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거둬서 서민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에서 조세부담률을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세부담률이 (지난해) 19.7%로 낮아졌는데 22~23%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에서는 재정을 너무 조기에 확보하려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박기백 교수는 "우리가 너무 재정을 조기에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사실상 재정측면에서 금융위기로 인한 한시적 사업을 거둬들이고, 세제측면에서 임시투자세액공제만 종료하면 충분히 재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통합재정수지(2009년 17조6000억원 적자)와 관리대상수지(43조2000억원 적자)의 격차가 연금수지 흑자로 큰 상황"이라며 "관리대상수지를 기준으로 재정균형을 맞추면, 이는 경기를 위축하는 지나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적자 상태가 지속되면 금리를 인상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공공기관의 부채가 증가하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조속히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