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세청(IRS)과 법무부가 우여곡절 끝에 스위스 UBS 은행에 계좌를 두고 있는 미국인 고객들의 탈세 여부를 조사한 데 이어 아시아 지역 은행들에 의심의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9일 보도했다.
미 당국은 UBS의 고객비밀 보호 규정을 완화하고 7억8천만 달러의 벌금을 과한 여세를 몰아 스위스에서 빠져나간 돈이 유입됐다는 소문이 자자한 싱가포르 금융기관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특히 HSBC가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 금융기관들이 유치한 역외고객 예금은 7천억 달러 정도로 이는 스위스 금융기관이 유치한 2조 달러의 3분의 1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HSBC에 계좌를 두고 있는 미국인 고객들 가운데 일부가 탈세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HSBC 측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스위스 금융기관에서 일하던 한 직원이 수만개 계좌의 정보를 프랑스 당국에 넘겨줬고 그것을 다른 국가 관계자들도 공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어 HSBC는 미묘한 입장에 있다.
고객비밀 보호와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이라는 상충되는 원칙의 틈새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바인스타인 전 법무부 검사는 "미 당국은 자국민 자산을 숨겨주고 있는 모든 국가의 은행 문들을 노크할 것"이라며 "UBS 사례는 장기전에 들어가는 신호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의 한 금융인은 미국 당국이 한 은행만을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미 분명히 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최우선적으로 홍콩과 싱가포르에 있는 금융기관들이 표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어 그동안 조세 피난처로 악명이 높았던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파나마 등도 미 당국의 본격적인 조사에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한해 동안 미 당국의 자진신고 유도 정책에 따라 1만5천명 정도가 해외 금융기관에 예치한 예금 내역을 신고한 데 이어 추가로 수천명이 당국의 정책에 순응하는 조치를 취했다.
고객들의 편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은 UBS 사태와 관련, 미국과 스위스 정부가 합의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신고를 꺼리는 고객들을 설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내에서 탈세를 추적할 수 있는 법제도를 보완함에 따라 UBS 사건 해결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며 앞으로 몇년내에 자국민들의 해외 구좌에서 엄청난 세금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