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부가가치세 기본원리에도 부합된다"
부가가치세 계산시 대통령령이 정하는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않는다는 부가세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9일 골프장을 운영하는 A사가 과세 또는 면세사업에 관계없이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는 부가세법 조항은 납세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조세법률주의 및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2006년 전남 나주시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던 A사는 그동안 부가세 신고·납부시 공제받지 못했던 골프장 조성 등에 들어간 토지관련 자본적 지출을 매입세액으로 공제받아야 한다며 관할 세무서장에게 부가세 환급을 청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A사는 조세심판원을 거쳐 환급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과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되자, 과세사업과 면세사업을 구분하지 않고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도록 규정한 부가세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까지 청구했다.
매입세액 공제여부는 과세사업이냐 면세사업이냐에 따라 결정돼야 함에도 모든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도록 규정한 것은 부가세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것으로 납세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A사는 "부가세법에서 구체적인 기준 없이 막연하게 토지관련 매입세액이라고만 규정해 납세자로서는 불공제되는 매입세액의 기준과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이는 헌법상 조세법률주의 및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헌재는 "토지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부가세 납부단계에서 그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하더라도 토지의 취득가액에 포함돼 양도시 회수할 수 있다"며 "관련 법조항이 조세형평의 측면에서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기 어렵고, A사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또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공제하지 않는 것은 토지 공급에 대해 부가세가 면제되므로, 취득원가에 포함된 토지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의 매출세액 역시 면제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이는 전단계 세액공제법을 취하면서 토지의 공급을 면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부가세의 기본원리에도 부합하는 입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토지의 특성, 전단계 세액공제법, 토지공급 부가세 면제 등을 종합해 보면 대통령령에 규정될 토지관련 매입세액은 토지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증가시키는 자본적 지출을 의미하는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세법률주의나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