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간부들 줄줄이 '형사처벌'
감독실패·도덕적해이 비난 봇물
국내 금융시장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금융감독원이 금융권의 잇딴 사건·사고에 '부패·무능의 진앙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추풍낙엽'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26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그동안 저축은행의 불법대출 혐의를 조사해온 검찰은 부실 저축은행 임직원과 금감원 전현직 간부의 결탁혐의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이 '금융검찰'을 상대로 사정의 칼날을 세운 셈이다.
이는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영업정지 제재를 받은 부산저축은행과 보해저축은행 관리감독 책임자들이 부실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잇따라 구속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금감원 직원들은 부실저축은행 외에도 부실기업의 금품을 받고 유상증자를 허가해준 혐의 등으로 전날에만 무려 4명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금감원은 또, 부실저축은행 제재 과정에서 금융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전날 VIP고객들에게만 백억원대 예금인출을 허가해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감원 측은 '사전인출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예금자 실명확인 등의 절차에 대한 위반 가능성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당시 부산저축은행에는 금감원 책임자도 파견돼 있던 것으로 알려져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금감원의 도덕적 해이 논란에 불을 지핀 사건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11 옵션쇼크' 사건을 담당한 금감원 모국장은 사건 피의자인 도이치증권 쪽 변호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이직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직은 무산됐지만, 공직자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는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 등 전·현직 금융당국 수장들은 국회 청문회 줄줄이 불려나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금융당국에 대한 안팎의 비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시가 급한 금융시장의 중대 현안도 제 때 처리하지 못해 '무능당국'이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론스타 문제도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여부에 대한 판단을 무려 8년 가까이 질질 끌어오다 지난달 '수시 적격성'이라는 애매한 말까지 만들어 여론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앞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내겠다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편입승인 심사도 '검토 중'이라는 이유로 차일피일 결과발표를 미루고 있다.
또, 권혁세 금감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못했다"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를 내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수주체인 하나금융지주는 투자자들로부터 신뢰 훼손과 금전적 손실을, 피인수 대상인 외환은행은 장시간에 걸친 매각반대 투쟁에 따른 영업력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농협 전산사태 저축은행 부실사태 등은 관리감독 부실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금융감독당국의 뼈저린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며 "감독 뿐 아니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금융당국의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