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한경연 선임연구원, 동반성장 정책에 '쓴소리'
"양극화, 정부지원 미비·구조조정 지연 때문…반시장적 정책 안돼"
MB정부에서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대해 작심한 듯 쓴소리가 나왔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은 17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의 문제점과 새로운 정책방향'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동반성장위원회가 내놓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제도들은 반시장적이고 대기업에 규제로 작용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동반성장지수는 개념이 불분명하고 중소기업의 혁신동인 저하 및 비효율적 기업에 대한 자금배분 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초과이익공유제는 기업의 잔여청구권을 침해함으로써 자본주의의 근간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 그는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 제도는 재산권을 심각히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진입장벽의 역할을 함으로써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의 실패를 답습할 우려가 있다"며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오게 하는 방향으로 대·중소기업 정책을 재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파악하는 동반성장 정책의 출발점은 다분히 '정치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MB정부 출범 초기에는 친기업 정책 추진으로 대·중소기업 협력 정책을 주요 국정과제로 다루지 않았으나 2010년 6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정부의 경제정책이 친중소기업 및 동반성장 정책으로 급격히 전환됐다"며 동반성장 정책의 순수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동반성장 정책의 근간에는 대기업이 높은 수익을 내는 반면 중소기업은 낮은 성과를 내고 있어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하지만 양극화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 없이 양극화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동반성장 정책을 추진하며 사회적인 논란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지원 미비 및 구조조정의 지연으로 중·소기업 부실이 누적되고 생산성 및 수익성이 악화된 측면도 있다"며 "동반성장위원회가 제안하고 있는 규제 위주의 반시장적인 중소기업 지원방식에서 탈피해 관련 제도의 재정비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동반성장지수 산정, 목표초과이익공유제 및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 제도와 같이 반시장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제도는 도입에 있어 재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정책 추진을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협력을 통한 중소기업 기술수준 향상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R&D투자 증대와 중소기업의 영세성을 극복하기 위한 M&A 활성화 ▲하도급거래 관계의 본질인 계약이 잘 이행될 수 있는 여건 마련 등을 향후 동반성장 정책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