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내놓은 민생법안들의 처리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북한인권법 처리와 대검 중수부 폐지, 저축은행 사태 국정조사 등 쟁점을 놓고 여야가 대립을 거듭했기 때문에 민생법안 처리에는 속도가 붙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여야가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논의를 위한 여ㆍ야ㆍ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는 등 정치권의 갈등 기류가 다소 잦아들면서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 여야가 가장 경쟁적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분야는 '반값등록금' 관련 법안들이다.
등록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데에는 정치권 전체가 공감하지만 학비 지원 대상이나 범위, 방법 등을 놓고는 여야의 견해차가 드러나 있다.
한나라당은 정책의 초점을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제도 확대, 취업후 학자금상환제(ICL) 개선 등 3개에 두고 있다. 이 같은 정책 방향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이 국회에 일부 제출돼 있다.
한나라당은 당초 소득 하위 50%에 대한 국가장학금 차등 지원안을 검토했으나 현재는 고지서에 찍히는 실제 등록금 액수 자체를 낮추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 지도부는 등록금을 매년 10%씩 인하, 연간 350만원 안팎 수준으로까지 낮추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은 고등교육 재정지원을 더욱 넓히는 쪽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당초 '소득 5분위 이하에 대한 차등적 장학금 지원'으로 잡았던 등록금 지원 범위를 '중산층도 혜택을 받는 수준'으로 고쳤다.
아울러 대학 등록금에 액수 상한을 두기 위한 법안과 대학 재정지원을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대학 적립금 규제나 ICL 개선 등에는 여야가 의견을 같이하지만 재정 투입 범위와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놓고는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 추경 편성 = 반값등록금 실현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민주당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추경 편성이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추경은 6조원 규모다. 일자리 창출(1조1천억원)과 반값등록금 실현(5천억원), 구제역 대책 마련(1조3천억원), 친환경 무상급식(1조원), 작년 예산안 일방처리로 축소된 정부 사업(1조1천억원) 등에 지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추경은 6월 국회에서 반드시 다뤄져야 하는 사안"이라며 "예비비가 고갈돼 가는 상황에서 규모를 조금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추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법적인 논리를 내세워 민주당의 추경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사태 등이 발생했을 때 제한적으로 추경을 편성토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현행 국가재정법에 비춰볼 때 민주당이 주장하는 추경 필요성은 법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부동산 대책 = 핵심 쟁점은 분양가 상한제와 전월세 상한제다.
한나라당은 부동산 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재개발ㆍ재건축 지역에 한해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 정책위는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추진했다가 적용 대상을 재건축ㆍ재개발 지역으로 수정했으며 6월 국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주택법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히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가계 부채가 문제되는 상황에서 서민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할 경우 혜택이 강남 3구와 수도권 일부에 국한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의 경우 양당 모두 도입에 긍정적이지만 적용 범위에 차이가 있다.
한나라당은 전월세 상승이 우려되는 지역에 한해 직접 가격을 통제하는 대신 월세 및 전세보증금 상승 비율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모든 지역에 전면 도입하고, 임차인에게 계약 갱신청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가 "시장논리에 반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것도 제도 도입에 장애물이다.
한나라당은 이들 쟁점에 여ㆍ야ㆍ정이 팽팽하게 맞서자 협의체를 구성해 빅딜을 하자고 제안했고, 민주당 역시 이에 긍정적이다.
◇ 이자제한법과 노조법 = 한나라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이자제한법은 사인간 거래를 포함한 모든 금전거래의 최고 이자율을 연 30％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44％인 대부거래 이자율 상한을 39％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며 한나라당이 마련한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자율 상한선에 대한 견해는 다를 수 있지만 조율 과정을 거치면 무난하게 해법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 민주당은 다른 야당 및 양대 노총과 공조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폐지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를 핵심으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야당이 발의한 노조법은 기존 법안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