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도입…대형 증권사만 신났다

진입장벽 낮춰 고액자산가 많은 증권사에 유리

금융당국이 마련한 헤지펀드 도입 방안은 초안과 비교하면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은 낮추고 운용사 자격요건은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대신 충분한 자격을 갖춘 금융회사만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도록 운용주체를 제한해 헤지펀드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 요건이 완화되면서 헤지펀드 운용 요건을 충족하는 금융기관의 수혜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헤지펀드 출범 시 다양한 수익원 창출이 가능한 대형 증권사에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이번 개정안은 20일 입법예고 이후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차관ㆍ국무회의를 거쳐 9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헤지펀드 운용사 최소 27개사, 최대 39개사

금융위원회가 최근 확정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헤지펀드 운용의 최저 자기자본 요건이 60억원으로 설정됐다.

증권사는 자기자본 1조원, 자산운용사는 수탁액 4조원, 투자자문사는 일임 계약액 5천억원 이상인 곳에 한해 헤지펀드 운용의 길을 터주기로 했다.

최저 자기자본 요건은 초안에서 검토한 40억~80억원의 중간선에서 결정됐다.

하지만, 운용경험 측면에서는 증권사 자기자본 5천억~1조원 이상,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수탁액 2조~4조원 이상, 투자자문사 일임계약 2천500억~5천억원 이상 등 애초 제안된 범위의 상한에 맞춰 운용 자격이 정해졌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초안보다 헤지펀드 설립 요건이 강화되면서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금융회사의 개수는 40개사에서 27개사(증권사 10개사, 자산운용사 11개사, 투자자문사 6개사)로 줄었다.

다만, 자산운용사는 애초 사모펀드 수탁액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방침을 바꿔 시행령에서는 사모펀드라는 문구가 삭제되고 수탁액 4조원으로만 명시했다.

금융위 권대영 자산운용과장은 "사모펀드 대부분이 채권형이고 1인 단독펀드가 많아 헤지펀드 운용의 잣대로 삼기에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구체적인 수탁액의 범위는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나서 하위 규칙에 명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기준이라면 자산운용사 11개사가 헤지펀드 운용 자격이 있지만, 공모펀드까지 포함할 때는 23개사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 운용자격을 갖는 전체 금융회사 수는 최소 27개사에서 최대 39개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 운용을 위한 자격요건이 강화된데 비해 투자자 요건은 완화됐다.

금융위는 시행령에서 5억원 이상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등에게는 헤지펀드 가입을 허용키로 했다.

애초 10억원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이 경우 시장 조성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금융투자업계의 지적을 수용해 투자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손미지 연구원은 "5억원 이상이면 가입자격이 전체 자산이 50억원 이상인 수준인 고액자산가로 제한돼 진입 장벽이 적절한 수준이다. 투자자 자격은 업계 요구를 수용해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도입 대형 증권사에 호재…삼성證 최대 수혜

헤지펀드 도입은 증권업에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의 기회를 의미한다.

특히 헤지펀드가 창출하는 핵심사업인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 규모가 확대된다면 증권사는 수익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

헤지펀드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유가증권 대여, 자금 대출, 청산 및 결제, 펀드 관리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 업무는 글로벌 투자은행(IB) 이익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다.

하지만,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는 일부 대형 증권사에 한해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의 레버리지(차입)를 위한 프라임 브로커의 자금공급을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커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기자본이 2조원은 넘어야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제대로 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2조원 이상 증권사는 대우증권(2조8천630억원), 삼성증권(2조7천990억원), 현대증권(2조6천890억원), 우리투자증권(2조6천290억원), 한국투자증권(2조4천210억원) 등 5곳에 불과하다.

헤지펀드 도입으로 인한 수혜가 대형 증권사에 집중될 것으로 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HMC투자증권 박윤영 연구원은 "프라임 브로커 업무는 전반적으로 자기자본 및 위험관리 능력 등을 갖춘 증권사에 한해 수행 가능하도록 별도 규정이 설정될 전망이다. 따라서 일부 대형 증권사로 그 수혜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김지현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 중에서도 특히 삼성증권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증권대여의 풀(Pool)이 가장 크고, 헤지펀드의 잠재 투자자인 고액자산가가 업계 내 가장 많고, 기존 고객 주식자산의 수익성이 높아 수익성 개선 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운용기준을 맞추고자 증권사간 인수합병(M&A)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SK증권 안정균 연구원은 "진입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 증권사간의 M&A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증권사와 대형 운용사를 보유한 증권사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