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몰락 속 당청갈등에 촉각
'친박계의 부상'과 '친이계의 몰락'으로 귀결된 한나라당의 7·4 전당대회에 대해 청와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5일 오전 청와대의 김효재 정무수석을 한나라당 홍준표 신임 대표에게 보내 당선 축하난과 함께 '당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또한 아프리카 순방에서 돌아오는 11일 이후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 앞으로의 국정 운영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앞서 한나라당 전대 결과를 보고받은 뒤 신임 지도부에 축하의 뜻을 전하며 "홍 대표는 경륜과 식견을 갖추고 있어 당을 잘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이번에 선출된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나라당이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마디로 여당의 신임 지도부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며,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인 마무리를 위해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표면적 반응과 속내엔 적잖은 온도차가 있다. 이번 전당대회 결과 그리고 무엇보다 전대 이후에 펼쳐질 상황에 대한 청와대의 우려가 비교적 분명하다는 얘기다.
지난 5월 비주류에 밀려 원내대표직을 잃었던 친이계는 이번에 설욕을 다짐했다. 그러나 친이계가 밀었던 원희룡 의원은 "홍준표 후보와 대등한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상당한 표 차이를 보이며 뒤로 밀려났다.
심지어 친박계의 유승민 의원, 여성으로서 대표직에 도전한 나경원 의원에게도 뒤지는 성적을 기록했다.
전임 지도부 때와는 달리 당 지도부에 원 의원 외에 친이계를 입성시키지 못한 점도 청와대는 물론, 친이계를 '뼈아프게' 만드는 대목이다.
당의 중심이 현재권력에서 미래권력으로 급격히 이동함에 따라 청와대는 당과의 마찰이 심해지는 것이 아닌지 내심 걱정하고 있다. 특히 감세를 비롯한 주요 정책과 관련, '신임 지도부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당청 간 불협화음도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내년 총선을 전후해서 친이계가 더욱 쇠퇴하고,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아무 방패막도 없이 여당과 야당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는 최악의 상황도 청와대는 염두해 둬야 할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홍 대표는 "집권 후반기에 당이 청와대를 뒷받침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며 '당청 간 충돌 방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정부 여당이라는 게 안정되고 정리된 정책이 나와야지 야당처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당이 청와대와 보조를 맞출 것임을 시사했다.
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은 "당청 관계는 기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극복이 가능하다"며 대화와 소통을 통해 당청 갈등을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렇지만 청와대 주변에서는 "당청이 허니문 기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내년 총선정국, 빠르면 올 정기국회 때부터 친서민 정책 등을 놓고 당이 차별화를 꾀하면서 양측이 '마이웨이'를 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