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퇴직연금 과당경쟁 등 단속 강화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 적립금의 규모가 올해 7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퇴직연금 성장률을 분석한 결과, 적립금은 올해 말 약 70조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 지난해 50조원…은행이 절반 차지 =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49조9168억원으로 1년 만에 20조7696억원(71.3%)이 급증했다.
권역별로는 은행권이 48.6%, 생명보험이 25.6%, 증권이 18%, 손해보험이 7.8%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퇴직 전 3개월의 평균급여가 원금으로 산정 후 연금으로 지급받는 확정급여(DB)형이 75.2%, 해마다 급여의 일정 부분을 내고 운용수익률에 따라 지급받는 확정기여(DC)형이 16.2%였다. 이밖에도 기존의 퇴직금을 근로자가 직접 운영하는 개인퇴직계좌(IRA)도 8.5%에 달했다.
금리가 정해져 있으면서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원리금 보장상품은 92.4%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펀드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대신 리스크가 다소 높은 실적 배당형의 경우 5.4%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 수는 13만9151개(9.2%), 가입자 수는 328만3608명(36%)이다.
이 중 5인 이상 사업장은 17.6%, 4인 이하 사업장은 4.5%가 퇴직연금을 도입했다.
□ 근퇴법 개정 이후 퇴직연금 '선진화' 기대 = 오는 7월부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근퇴법)이 개정되면서 퇴직연금 성장에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근퇴법이 개정되면, 그동안 대기업에 집중돼 있던 퇴직연금을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도 손쉽게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중간정산 시 받은 퇴직금을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의무 이전해야 하고, DB형의 사외적립 최소비율(60%)도 검사가 강화된다.
근퇴법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는 자사가 만든 원리금 보장상품(정기예금 등)을 70% 이상 편입할 수 없다.
이는 금융회사가 자사 상품을 위주로 퇴직연금을 운영하게 되면, 운용 능력이 떨어지거나 가입자 입장에서 선택 폭이 좁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단, 회사별 적립금이 10억원 미만이거나(DB형)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되는 5000만원 이하인 경우(DC·IRA형) 적용되지 않는다.
□ 지난해 이어 과당경쟁 단속…소비자 보호 강화 = 가입자 입장에서 유리한 제도도 한층 강화된다.
우선 퇴직연금 수익률의 공시 의무가 강화돼 금융회사들은 평균 수익률, 최고·최저 수익률을 공시해야 하고, 그동안 해마다 공시했던 것을 분기마다 공시해야 한다. 적립금 운용방법 등은 한 달에 한 번 공시해야 한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금융회사의 과당경쟁이나 고(高)금리화 현상도 차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퇴직연금을 판매하는 금융회사들은 한꺼번에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대기업에 집중하는 등 외형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대기업의 퇴직연금 도입이 상당 부분 이뤄진 만큼 앞으로는 이러한 외형 경쟁보다 서비스 역량, 적립금 운용 등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0인 이상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84.6%에 달한다.
금감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고금리 경쟁, 특별이익 제공, 대출을 빌미로 한 계약 강요, 계열사 가입 독점 등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황성관 금감원 연금팀장은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상시적으로 하고, 수수료 체계를 개선하는 등 가입자의 권익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각 금융회사 홈페이지에 퇴직연금 수수료, 수익률을 공시하게 해 가입자가 간편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금감원은 오는 3분기에 퇴직연금 업무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