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변호사 사무소 불공정 약관 시정조치
승소간주조항 등 불공정조항도 수정
변호사와 법률서비스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어떤 사유가 발생해도 착수금을 환불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환불불가' 조항이 있는데, 경쟁당국이 이를 무효로 판단해 시정조치했다.
이에 따라 이미 착수금을 지급한 뒤더라도 변호사가 수임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등 귀책사유가 있을 때에는 고객이 변호사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착수금도 반환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이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일부 변호사 사무소의 불공정 약관을 발견해 시정 조치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고객이 변호사에게 이미 착수금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일체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고객에 대해 부당하게 불리하므로 약관법상 무효"라며 "변호사의 귀책이 있는 경우 고객은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착수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사의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기록검토 등 위임사무 착수 전이라면 사무처리 정도에 따라 착수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착수금 반환불가 조항 이외에도 공소사실을 시인하거나 상소를 포기하는 등 특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무조건 승소로 간주하는 조항, 재판관할법원을 변호인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조항들도 약관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정됐다.
공정위는 "위임사무사 사실상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변호사의 노력 정도, 위임사무 처리경과, 당사자 귀책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성공한 것으로 간주한 것은 고객에 대해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불합리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또 관할법원을 변호인이 지정하는 조항에 대해선 "민사소송법상 소송 진행시에 다양한 관할권이 발생하게 되며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관할을 정하는 바, 개별합의가 아닌 사업자 약관으로 일방적으로 관할을 정하는 것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모 변호사 사무소 소송위임장에 소의 취하, 포기·인낙, 소송탈퇴 등 의뢰인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특별수권사항을 변호인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한 약관에 대해서도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해당 약관을 수정해 앞으로 고객이 각각의 중요한 개별 수권사항에 대해 대리권 부여여부를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고객의 이익에 합치되거나 분쟁해결촉진을 위해 필요한 상소, 반소제기, 복대리인 선임 등은 예전처럼 변호사에게 권한을 위임토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약관시정을 통해 소송위임 분야에서 분쟁발생이 줄어들고, 법률소비자의 이익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변호사 입장에서도 좀 더 고객지향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조치와 별도로 대한변호사협회 및 각 지방변호사회에 협조를 요청해 고객에게 피해를 입힐 소지가 있는 불공정 약관들의 자율적인 시정을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