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사진 왼쪽부터)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방문해 피해신고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금융 당국 수장(首長)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고(高)금리 불법사채를 단절하고, 서민층 자활을 돕기 위해 정부가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서면서, 금융 당국 수장들이 직접 현장에 나서는 등 홍보활동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0일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를 찾은 것도 이 때문. 앞서 24일에 권혁세 원장이 서울의 남대문시장을 방문한지 일주일 만이다.
이날 금융 당국 수장들의 현장 방문길에는 이해선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보 등 실무자들도 함께 했다.
금융 당국 수장들의 이 같은 행보는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의 사금융 근절 의지가 그만큼 확고하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던져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채취해 정책에 즉각 반영할 수 있는 '신속성'을 기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의 현장 방문은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까지 챙기겠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전시성 이벤트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30일 현장 방문에서 금융 당국 수장들이 한 일이라고는 피해신고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각 기관의 보고를 받은 것과 정부 지원을 받은 사례자 상담에 참여한 정도다.
정작 챙겨봐야 할 부분은 챙기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바꿔드림론(저금리 전환대출)이나 채무이자 감면제도는 소득이 없거나 금융채무가 연체돼 거절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접수된 채무조정 72건 중 70%가 넘는 52건은 '부적격'으로 처리됐다.
게다가 수많은 취재진들을 몰고 다니며 기관 업무에 차질을 빚거나 시장 상인들의 불편만 가중시켜 금융 당국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들의 행보 뒤에는 "도대체 금융위, 금감원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는 불만 섞인 시민들의 목소리만이 여운처럼 남았다.
일반 국민들, 특히 사금융 피해에 신음하는 서민들이 원하는 것은 금융 당국 수장들이 미리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실효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무늬만' 현장 행정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빚'의 굴레와 깊은 시름을 덜어내 줄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이고 그 정책을 흔들림 없이,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금융 당국 수장들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길 원한다.
금융 당국 수장들이 전시 행정을 기획하고, 이행하는 그 시간 동안에도 서민들의 고통은 계속된다. 차라리 그 시간 동안, 당장은 보이지 않을지언정 그들의 괴로움을 좀 더 덜어줄 방도가 없는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