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등기부등본 등 공부(公簿)에는 '주택'으로 버젓이 등재돼 있지만 재개발구역내의 철거대상이어서 2년 가까이 전기와 가스 그리고 수돗물조차 끊어져 있고, 이에 더해 거의 파괴된 상태인 빈집을 샀다면 과연 '주택'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지방세법에선 유상거래를 원인으로 2011년 12월 31일까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취득한 경우 취득세의 75%를 감면해 주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주택'을 취득한 것으로 인정만 받는다면 엄청난 취득세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취득 당시 건물부분이 주택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있는 건축물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면, 과세당국은 '건물이 없는 나대지'를 취득한 것으로 보고 취득세 감면혜택을 주지 않는다.
조세심판원은 7일 "최근 A씨가 '재개발 부동산이라 할지라도 집의 외형을 갖추고 있는 데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 '주택'으로 등재돼 있는데, 이를 주택이 아니라고 보고 취득세 감면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심판청구를 제기, 심리결과 이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심판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1년 6월 재개발구역에 있는 부동산(다세대주택 지층1)을 구입, 이를 '유상거래를 원인으로 취득한 주택'으로 보고 과세당국에 주택유상거래에 대한 감면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재개발구역 내의 철거예정 주택은 대수선으로 주택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폐가와는 달리 곧 철거되기 때문에 이미 그 사용가치를 상실, 외관상 주택의 기능을 갖췄어도 단지 장차 주택을 취득할 수 있는 분양권으로서의 가치만 인정된다는 것이 과세당국의 거부사유.
내심 1%의 세율적용을 생각했던 A씨는 어쩔 수 없이 4%의 일반세율을 적용해 취득세를 신고·납부했고, 곧바로 세금을 깎아달라는 경정청구를 했지만 이마저 거부되자 결국 심판청구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A씨는 부동산을 취득할 당시 멸실 등기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유리창만 조금 파손됐을 뿐 기둥이나 지붕 그리고 내부설비 등 주택으로서의 모든 요소를 갖춰져 있던 상태여서 '유상거래를 원인으로 취득한 경우'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심판원은 결정문(조심2012지0143. 2012. 04. 17)에서 "멸실등기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부동산을 취득할 당시 건물부분이 주택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있는 건축물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 건물이 없는 나대지를 취득한 것으로 본 과세당국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심판원에 따르면 A씨가 이 주택을 취득하기 위해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1년 9개월 전부터 이 집은 빈집상태가 돼 있었다.
또 빈집이 된 지 한달 뒤 집을 허물기 위한 반파공사와 함께 단전·단수 등의 조치도 이뤄졌고, 해당 재개발조합으로부터 확인한 결과 A씨의 집은 완파된 지역에 속해 취득당시 완전한 주택형태를 갖췄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 심판원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