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전문가들이 손꼽는 최선의 절세 비법은 바로 "본인 수입에 걸 맞는 합당한 세금을 '제 때' 내는 것"입니다.
일부 세목을 제외하고 소득·법인세, 상속세, 양도세 등 주요세목들은 기본적으로 납세자의 자발적인 신고·납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매년 법적으로 정해진 납부기일이 있습니다.
사업부진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납부기일을 연장하거나, 분납(分納)을 신청하는 등 예외적인 상황에 대해선 과세 당국도 최대한 배려해주는 관용을 보이지만, 고의로 소득을 축소·은폐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납기일을 넘기면 상당액의 '가산세'가 추가됩니다.
특히 고의적인 체납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기본적인 세금 외에도 '폭탄' 수준의 가산세가 더해지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납세자에게 허용되는 가산세 '면죄부' 조건은 어디까지 일까요?
장기간 감옥에 입소하다가 가산세 폭탄을 두들겨 맞은 한 납세자가 과세당국과 벌인 세금다툼 이야기를 보면, 법이 허용하는 가산세 면제 사유 얼마나 팍팍한지 가늠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 '3년6개월'의 수감생활, 그 동안 무슨 일이 = 국내 굴지의 금융회사에 다니던 A씨. 하지만 범죄의 유혹에 흔들린 그는 부정수표 단속법 위반혐의로 구속, 지난 2008년 2월~2011년 8월까지 3년6개월 동안 '옥살이'를 하게 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하게 됐습니다.
형량을 살던 중 아내에게 일방적으로 이혼까지 당하는 등 본인 생활은 이루 말할 것도 없이 어려워지게 됐습니다.
이런 그에게 출소 후 날라든 한 장의 '세금고지서'는 그를 '멘붕(멘탈붕괴)' 상태로 빠뜨렸습니다. 형량을 한창 채우던 시기인 2009년 4월경에 A씨가 소유하고 있던 건물이 경매과정을 통해 팔렸는데, 이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세금은 낸다고 쳐도 문제는 '가산세'. 국세청이 부과한 약 3100만원의 양도세 가운데 900만원 상당이 무신고, 납부불성실 가산세로 더해졌던 것이 화근이 됐습니다.
감옥에서 세금신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인데 과세당국이 너무하다고 생각한 A씨는 결국 "가산세만큼은 빼 달라"며 조세심판원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 국세청 "가산세 처분은 정당하다" = 하지만 국세청은 가산세 처분에 전혀 잘못이 없다고 강변했습니다. A씨가 비록 수감 중이었지만 대리인을 통해 세무업무를 볼 수 있었고, A씨는 기존에도 양도부동산을 경매로 취득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양도세 신고·납부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A씨가 배우자와 이혼했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등록상 기존 주소지에 여전히 자녀와 함께 거주 중이고, A씨 명의의 음식점 또한 수감 기간 동안 부가가치세를 내면서 정상적으로 영업 중인 사실도 확인됐다는 주장입니다.
국세청은 "구금 중이라 경매 사실조차 몰랐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선 "A씨가 협의이혼 전·후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동일 주소지에 거주했다는 점에서 부동산 경매일부터 경락일까지 약 10개월 동안 전혀 몰랐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습니다.
□ 심판원 "구속사유로 신고의무 면제되기 어렵다" = 양측의 입장을 전달받은 심판원은 심사숙고 끝에 결국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형사사건으로 구속된 상황이라고 해도 세금 신고와 납부의무가 있다면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서라도 이행해야 마땅하다는 판단입니다.
심판원은 "형사사건으로 구속된 상태인 자에게 양도소득세 신고 및 납부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피의자 및 피고인 구금제도의 현실에 비춰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례(서울행정법원 2011구8829)를 인용, 과세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했습니다.
비록 교도소에 수감돼 자유로운 신분이 아니었을지라도 현행 구금제도 상에서 가족과의 자유로운 면회가 가능했기 때문에 과세처분과 관련된 충분한 협의를 통한 대응이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A씨가 알아도 모른 척 했을 것이라는 과세당국의 주장을 일정 부분 받아들인 셈.
심판원은 "합의이혼 뒤에도 현재까지 같은 주소지에서 가족 모두가 거주하고 있으며, 경매 기간이 10개월로 길었던 점, 수감기간에도 본인 명의의 사업장에 대한 부가세 신고가 충실히 이행된 점 등으로 보아 가족과 대리인이 세무관련 업무를 볼 수 있었다는 처분청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2부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