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무조사 단계에서만 부분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특정 납세자의 금융거래자료를 세무조사 대상 선정 단계(탈세혐의 분석)에서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즉, 현재의 실물거래 중심 과세인프라는 자료상을 양산하고 무자료거래 적발 및 고소득자 탈세를 차단하기 어려우며 높은 납세협력비용과 징세비용을 유발하고 신종·첨단탈세를 파악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금융거래 중심 과세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재진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원(사진)은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12년 국세행정 포럼에 참석, '금융거래 중심의 과세인프라 확충 방안'이라는 제하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대에 금융당국 등이 보유한 금융정보를 적극 활용해 세원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납세협력비용과 행정비용을 대폭 축소할 수 있도록 과세인프라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전제했다.
그는 "실제로 OECD는 오래 전부터 금융정보에 대한 과세관청의 폭넓은 접근을 권고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은 과세당국과 금융감독당국 간 정보공유 강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실물거래 중심의 과세인프라는 한계가 있다. 정당한 과세목적으로 금융거래 중심의 과세인프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물거래 중심 과세인프라, '부작용'만 양산
김 연구원에 따르면 현행 실물거래 중심의 과세인프라는 자료상을 양산하고 무자료거래 적발 및 고소득자 탈세를 차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높은 납세협력비용과 징세비용을 유발하고 변칙 자본거래, 인터넷을 이용한 거래 등 신종·첨단 탈세를 파악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금융거래 중심의 과세인프라를 구축하게 될 경우, 이 같은 부작용들을 최소화하고 보다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탈세 대응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과세관청이 금융거래자료를 세무조사 단계에서만 활용하도록 제한해 놓은 법령(금융실명제법)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주장.
구체적으로 탈세혐의 분석 단계에서도 금융기관 '일괄조회'를 허용하고 조세범칙사건 및 조세범칙혐의 확인을 위한 세무조사로 제한된 FIU의 자료(CTR, STR) 활용범위를 조사대상자 선정 등 탈세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는 개별 정보제공 요청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것.
또한 세무조사 단계에서만 활용하도록 제한된 이자 및 배당소득 지급명세서를 탈세혐의 분석을 위해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처럼 탈세혐의 분석단계에서도 과세관청이 금융기관의 금융자료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납세자의 실물거래 증빙 제출부담을 크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사업용 계좌 자료의 경우에는 세원관리 목적상 필요시 제한없이 접근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아울러 납세자의 세금계산서합계표 제출제도를 폐지하고 전자세금계산서를 영수증 개념으로 통합해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의 사례를 분석, 탈세혐의 분석 단계에서의 금융정보 활용에는 합리적 제한을 두더라도 세무조사 단계에서는 FIU와 금융기관의 금융자료를 제한없이 활용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주요 선진국과 같이 금융기관 일괄조회를 전면 허용하고 FIU 혐의거래보고(STR), 고액현금거래(CTR) 자료 모두 과세관청에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거래 중심 과세인프라…넓은 세원 확보 가능"
김 연구원은 금융거래정보를 과세목적으로 폭넓게 활용이 가능해진다면 공정과세 실현은 물론 국가차원의 넓은 세원 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자료상 차단, 변칙 상속·증여 차단으로 연간 수 조원 규모의 세수증대가 기대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금융거래정보의 폭넓은 과세목적 활용은 궁극적으로 탈세방지는 물론 뇌물, 자금세탁, 비자금 차단 등 검은 돈 흐름을 차단해 사회 투명성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과세관청의 광범위한 금융거래정보 활용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금융정보를 과세목적에 폭넓게 활용한다면 효율성 측면에서 납세자는 납세협력비용이 축소되고 과세관청은 행정비용이 절감된다"며 "하지만 납세자인 국민들은 개인 금융거래정보의 과도한 노출로 인한 침해를 우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과세당국은 금융거래 중심 과세인프라를 구축하되 금융정보 접근권한의 범위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적정 수준으로 결정하고, 개인정보 남용 방지를 위한 효과적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납세자 또한 개인 금융정보가 단순한 사생활 보호대상이 아니라 공평과세를 위해 과세당국과 공유해야 할 공공재란 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