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컴퍼니 악용 불법외환거래 꼼짝마"

관세청, 대대적 기획 단속 착수

#1. 올해 4월 국내 굴지의 선박회사인 A社는 재산국외도피 등 불법 외환거래 혐의로 관세청에 검거됐다. 범칙 금액은 무려 2000억원.

A社는 국내 법인자금으로 구입한 선박의 운항수입, 선박 매각대금 등 약 570억원을 싱가포르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의 비밀 계좌에 은닉하고 은닉 자금 중 400억원 상당을 세탁, 불법 반입했다.

#2. 명품 의류수입상인 B社는 홍콩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이 회사 명의로 한국 면세점에 명품을 수출했다. 이에 따른 이익금은 국내로 회수하지 않고 홍콩 비밀계좌에 그대로 은닉됐다.

이렇게 외국인투자를 가장해 국내로 반입된 도피금액이 126억 등 총 403억원에 달했다.

최근 이 같이 해외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재산도피와 자금세탁 등 불법 외환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08년 2건 156억원이었던 불과했던 페이퍼컴퍼니 관련 불법외환거래 적발액이 지난해에는 7건 1조2302억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6월 현재에도 5건 3023억원에 달하고 있는 상황.

이들 페이퍼 컴퍼니는 주로 자본 이동이 자유롭고 기업 설립이 쉬워 세금 부과가 낮은 이른바  조세피난처 국가들에 많이 설립된다.

정상거래를 가장한 불법외환거래, 비자금 조성, 주가조작 등의 매개체로 자주 활용되지만 정작 이를 식별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아 과세당국을 괴롭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관세청은 집중적인 자료수집과 분석을 통한 페이퍼 컴퍼니 악용 불법외환거래 기획단속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연말부터 기업들의 해외투자정보와 통관자료 등을 면밀히 분석해 올해 초 해외 투자를 가장한 불법외환거래, 재산도피 등 혐의가 있는 업체들을 선별해 현재 조사 중인 상태.

다음달부터는 외환범죄 우범성이 가장 높은 국가인 홍콩에 집중해 불법외환거래 가능성이 있는 업체에 대한 정보분석과 조사를 실시하고 하반기에는 해외수집 정보를 이용한 재산도피 기획단속을 통해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관세청은 "지난해 외환사범과 재산도피, 자금세탁 등 홍콩에서 검거한 외환범죄 실적이 44건, 1조 773억원에 이른다"며 "외환거래의 자유화와 통관절차의 간소화에 편승한 기업의 악의적인 외환범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추적, 조사해 공정사회 구현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페이퍼 컴퍼니와 연계된 불법외환거래 관련 관세청 검거 실적

(단위 : 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