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조세정책을 총괄하는 백운찬 세제실장은 요즘 주말을 잊고 지낸지 오래됐다고 합니다.
8월 초, 코앞으로 다가온 올해 세법개정안 작업을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서라는데요.
매주 일요일은 물론이고 가끔은 토요일까지 출근해서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김 주요 법안들의 세수효과는 물론 적정성 여부 등을 직접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법개정안은 세제실 한 해 농사로 비유될 만큼 가장 핵심적인 업무.
세법 조문 하나하나마다 세제실 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있는 만큼 보다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조직의 장이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백 실장의 '적극성'에 대해 세제실 직원들은 걱정보다는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백 실장과 함께 주말작업에 몰두한 직원들은 휴일을 반납했다는 아쉬움보다는 최고참의 솔선수범에 존경심마저 앞선다고 합니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백 실장 부임 이후 2번째로 발표되는 것입니다.
지난해 세법개정안 발표 직전인 7월 말에 부임한 백 실장은 갑작스런 인사이동으로 경황이 없었던 상황에서도 세제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비교적 훌륭하게 세법 개정작업을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시 유럽 재정위기를 비롯한 대외적인 변수가 많아 최종 발표 시점이 당초 예정일보다 2주 정도 밀리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백 실장은 당시 논란이 됐던 일감몰아주기 과세방안을 비롯해 소득·법인세 과표 문제 등 주요세목들의 '난제(難題)'들을 특유의 추진력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또 다른 상황입니다.
작년과 달리 올해 세법개정안 전체의 밑그림을 그린 장본인이 바로 백 실장 본인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최근 주말을 잊고 지내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올해 소득세법에 종교인 과세를 포함, 주식양도차익 과세나 소득세 과표구간 수정 등 세제분야에서 확실한 발자취를 남기기로 이미 '공언'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세간의 관심이 높은 상황.
또 올해부터 FTA로 인해 입법예고 기간이 늘어나 작년보다 한 달 정도 빨리 세법개정안을 발표해야 하는 일종의 '패시브'도 생겼습니다. 최대한 빨리 작업을 매듭지어야 하는 셈이죠.
무엇보다 올해는 대선(大選)의 해로 사회 각계각층의 요구사항이 가장 많이 집중되는 시기. 다양한 요구를 최대한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것도 올해 세제실이 풀어야할 숙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완벽히 만족하는 제도, 특히 조세제도는 모두의 만족을 얻기 쉽지가 않습니다. 제도 성격에 따라 세금감면 혜택을 보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세부담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두꺼운 세법전에는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가 녹아있습니다. 그만큼 이를 관장하는 사람들의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주말까지 반납한 세제실장과 직원들의 노력을 옆에서 지켜보니, 올해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괜찮은 작품들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들게 합니다.
